[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현직 고법 부장판사가 "영장 없는 위법한 이메일 압수수색이었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검찰이 "적법한 압수수색이었다"며 즉각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관계자는 30일 김시철 서울고법 판사가 법원 내부 전산망에 법관의 이메일 자료 압수수색 당시 피의 사실과 관련 없는 자료를 압수했다는 주장에 대해 "관련성 판단은 일차적으로 수사기관의 몫이며 관련성이 없다면 본안 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법관을 상대로 영장을 집행하는데 절차를 안 지키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 7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서울고법 형사7부 재판장을 지내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을 심리했다. 김 부장판사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2015년 7월부터 2016년 2월 말까지 김 부장판사와 A 전 재판연구원이 주고받은 이메일 자료를 추출했다. 그는 동향 파악 관련 이메일 등은 한 건도 나오지 않았음에도 검찰이 재판부 내부 구성원들이 사건을 검토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125건의 이메일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미 실효된 11일 자 영장에 근거해 29일 대법원 전산 정보센터에서 법원 전직원의 코트넷 이메일 자료를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으면서 혼자만 참관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실질적으로 영장이 없는 상태에서 법원 가족 전체의 이메일 자료가 수색대상이 됐고, 그중 일부가 실제 압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 김 부장판사의 설명이다. 김 부장판사는 "참관인의 명시적인 이의 제기가 있었음에도 명백하게 위법한 수사를 행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은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에 의해 적법하게 이뤄졌고,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을 조건에 맞춰 추출하는 등 통상적인 절차를 따랐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과 협의해 이메일 백업본 전체를 오랜 기간에 걸쳐 추출했고, 김 부장판사가 29일 참관한 아래 해당 백업본에서 김 부장판사와 재판연구관이 발신·수신·참고인에 포함된 이메일을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메일 추출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려 압수수색 진행이 늦어진 것이고, 영장 유효기간은 오는 31일까지라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다른 법원 관계자의 이메일도 봤다는 주장에 대해서 "백업해서 툴을 이용해 선별하기 때문에 들여다볼 여지가 없고, 추출하는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단서가 있으면 압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모든 이메일 압수수색을 이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고, 해당 이메일의 증거능력이 없으면 법원에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김모 부장판사는 압수수색의 참여자이고, 압수수색 대상자는 대법원 전산국인데 진행과정에서 전산국과 사전협의가 있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제넘은 말이지만 오랫동안 시행되온 형사 제도상 시대에 따라 과거와 다른 기준을 설정하자는 논의는 있을 수 있지만, 통상의 국민이 대상인 형사사건에 대해 검토돼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이라면서 "특정 개별 사건을 전제로 해서 전체적 법리에 대해 반성적인 고려가 나오는 점은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현직 판사가 실명으로 수사 관행을 지적하는 등 법원과 검찰의 장외전이 치열하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사건의 실무 책임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차 소환조사를 받고 새벽 5시에 귀가한지 네 시간 뒤 검찰의 피의자 밤샘조사 관행을 지적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렸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 역시 지난 8일 내부 통신망에서 "최근 한 법원 사무관이 검찰에 소환돼 긴 시간 동안 동일한 내용을 계속 되묻는 식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답하기만 하면 돼)'질문을 받았다고 한다"며 "검사는 불러서 조지고, 판사는 미뤄서 조진다'는 말이 요즘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