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뇌물수수 및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5일 예정된 선고공판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이 전 대통령이 정권의 희생양으로 보이려는 의도와 함께 선고 생중계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4일 "오전에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해 의논하고 돌아와 변호인들 사이의 협의를 거쳐 법원에 내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모든 공판에 출석했던 이 전 대통령이 선고 공판에 불출석하기로 결정한 이유에는 무엇보다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프레임을 이용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정치 재판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여론을 형성해 자신이 정치적 음해를 당하는 희생양으로 부각시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의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선고 생중계에 대한 부담감이 꼽힌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는 지난 2일 공공의 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선고 생중계를 결정했다. 이 전 대통령의 모습은 재판장 개정선언 전과 재판장의 선고 종료 선언 뒤 기립 시부터 출입문을 통해 퇴정할 때까지만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강 변호사는 이에 대해 "전직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국민들이나 해외에 보여 주는 것이 국격의 유지, 국민들 간의 단합을 해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도 "모든 재판에 참석한 이 전 대통령의 모습에 비춰봤을 때 유죄를 선고받는 자신의 모습을 온 국민 앞에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이날 불출석 사유에 대해 ▲대통령의 현재 건강상태 ▲방청객들의 과격행동 우려 ▲중계허가로 인한 국격유지, 국민들 간의 단합 우려 등을 꼽았다. 선고시간이 2시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해 이 전 대통령의 현재 건강상태가 그 시간 내내 법정이 있기 어렵고, 중계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지를 요청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법원의 유,무죄 판단에 따라 각각 불만을 갖는 사람들의 과격행동도 있을 수 있는데, 이 전 대통령의 경호문제뿐 아니라 그런 행동을 저지하는 모습이 중계로 비춰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선고 당일 불출석하더라도 오는 8일까지인 구속 기간을 고려할 때 오후 2시로 예정된 선고 공판은 그대로 열릴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선고공판 기일 변경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도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피고인 없이 궐석 재판을 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 4월6일 열린 자신의 1심 선고 공판에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출석 했다. 앞서 검찰은 111억원 뇌물수수와 394억원대 횡령 등 15개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20년을 구형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