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주얼리 시장은 6조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지만, 유독 온라인 커머스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고가의 보석류를 온라인에서 사길 꺼려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가격과 디자인을 꼼꼼히 따져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많았다. 최근에는 전산업에 걸쳐 전자상거래가 일반화되면서 주얼리 시장도 온라인으로 차츰 발을 넓히고 있다. 소비자가 전자상거래에 익숙해진 데다가 저가의 액세서리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허세일(34) 비주얼(be jewel) 대표는 주얼리 온라인 커머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젊은 창업가다. 비주얼 사업에 IT기술을 접목해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허세일 비주얼 대표는 국내 최초 주얼리 견적 서비스 '비주얼(회사명과 동일)'을 2017년 12월 선보였다. 허 대표는 "금은방을 30년 동안 운영한 부모님을 도와드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내친 김에 창업까지 이어졌다"고 개발 동기에 대해 말했다.
장사가 안 된다던 부모님의 한탄을 듣고 새로운 판로를 고민했다고 한다. IT서비스의 불모지와 같은 주얼리 시장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배달앱, 모텔예약앱, 전월세앱처럼 사용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KT, IBM 등에서 했던 클라우드(사용자가 IT 자원을 필요한 만큼 적시에 이용하는 기술) 컴퓨팅 서비스 관련 업무가 사업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창업의 길은 험난했다. 정작 부모님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번듯한 대기업을 퇴사하고 본인과 같은 길을 걷겠다는 아들이 마뜩치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갓 돌이 된 아이가 있는 가장이라 어려울 길을 걷겠다는 그를 향해 주위의 우려가 쏟아졌다.
"주얼리 시장에 IT서비스가 전혀 없어서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외면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막연한 불안감보다 재밌는 영역으로 도전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창업을 했다. 와이프도 꿈을 쫓는 것에 대해 좋게 봐 줬다."
창업 아이디어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게 마련이다. 허 대표도 마찬가지다. 보통 귀금속을 처음 구입하는 시점은 20~30대 결혼할 때인데, 귀금속을 사본 적이 없어서 막상 예물을 할 때 정보가 없어서 막연할 때가 많다는 데 착안했다고 전했다. 허 대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덜렁 자본금 500만원으로 2017년 2월 법인을 설립했다.
주얼리 견적 서비스는 사용자가 희망 예산과 디자인 등을 적어 견적요청을 하면, 견적서를 주얼리 업체에 발송하고, 사용자와 판매자 간에 매장과 제품을 매칭해 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소비자는 발품을 팔지 않고도 원하는 조건으로 주얼리를 구매할 수 있다. 업체들도 잠재적인 고객과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디자인과 가격의 제품을 제공해 300여개 제휴 매장으로 연결해 주고 있다. 견적 요청은 무료며, 반복 의뢰도 가능하다. 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고 허 대표는 전했다.
"특별한 광고나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한달에 앱 방문자가 5만여명에 달하고 있다. 평일이나 주말에 따라 다른데 하루에 견적요청은 50~100건 정도다. 보통 소비자가 5군데 정도 견적을 받으면 2군데 정도는 방문 예약을 한다. 매장에 방문하게 되면 50%가 구매로 연결된다."
사업을 벌이는 과정 중 애로사항도 많았다. 허 대표도 다른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재원 마련이 고충이었다. 고민 끝에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섰고, 캡스톤파트너스, 코오롱 이노베이스 등 6개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고착화돼 있는 주얼리 시장에서 비주얼이 배달앱 분야처럼 '게임 체인저'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도 적극 문을 두드렸다. 창업 2년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이례적으로 KOITA(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중소벤처기업부의 TIPS, 서울시 혁신챌린지 등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 10여곳에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주얼리 견적 서비스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허 대표는 주얼리 분야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나섰다. 야심차게 새로운 액세러리 유통채널(쇼핑몰) 아몬즈를 지난달 상용화했다. 자회사를 통해 빅테이터를 활용한 주얼리 브랜드도 선보였다.
"의류를 살 수 있는 온라인 커머스는 많다. 보통 주얼리는 의류 쇼핑몰에서 비주류인 잡화로 판매된다. 주얼리 전문 쇼핑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봤다. 단순히 주얼리를 사고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브랜드화하고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재밌는 점은 아몬즈 사용자의 제품 클릭수, 구매율, 디자인 선호도 등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작업 또한 진행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포털과 SNS에서 수집·분석한 자료도 적극 활용해 주얼리 유행 키워드를 포착해 낸다. 소비자 유행 키워드는 자체 브랜드 제작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감에 의존하는 기존 주얼리 제작 방식과 다르게 AI(인공지능)를 통해 미리 소비자 수요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인공지능이 정보를 수집해 이미지를 딥러닝한다. 브랜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해외에선 이런 형태의 사업이 여러 분야에서 시작되고 있다. 구매 패턴이나 디자인 선호도에 맞춰 빠르게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AI디자인 어드바이저'라는 사업명으로 정부 과제(중기부 TIPS)에 선정돼 진행 중이다."
창업 당시 2명으로 시작했던 비주얼은 현재 직원이 20명으로 늘었다. 매출은 매달 15% 고성장하고 있다. 허 대표는 구체적으로 금액을 말하진 않았지만 올해 매출의 경우 전년비 5배 성장이 예상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궁극적으로는 전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주얼리 브랜드는 대부분 해외 제품이다. 글로벌화에 성공한 국산 브랜드는 전무하다. 고착화돼 있는 주얼리 시장에서 주얼리 IT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결과적으로 업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나아가 글로벌로 성장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허세일 비주얼 대표와 직원들이 주얼리 견적 서비스에 업데이트를 위해 주얼리 이미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비주얼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