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1990년대 국내 드라마의 한류열풍이 일본이었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시장이 타겟이 됐다. 그러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를 전후로 콘텐츠산업은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 일본이 아닌 새로운 시장 개척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그만큼 콘텐츠의 중요성도 커졌다. 당연히 좋은 콘텐츠를 위해서는 대본을 쓰는 집필진 물론 이를 표현할 배우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제작환경까지 필요하다.
뿌리깊은나무들은 '육룡이나르샤'를 만든 드라마·영화제작사다. 시작은 제작사로 했지만 사업시너지를 위해 매니지먼트, 광고회사까지 흡수했다. 현재는 국내 제작사로서 유일하게 '드라마 세트장'을 준비하고 있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콘텐츠 제작의 시작인 작가부터 이를 제작할 수 있는 인프라,주인공이 되는 배우, 나아가 광고회사까지 발을 넓히며 명품콘텐츠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뿌리깊은나무들은 지난 2010년4월 설립된 드라마·영화 제작사로 코넥스 시장에는 지난해 6월 들어왔다. 지난 2015년 SBS에서 방영된 ‘육룡이나르샤’와 영화 ‘우주의 크리스마스’ 등을 제작했고 소속 배우로는 심은경, 하연수, 박진주 등이 있다.
뿌리깊은나무들의 첫 제작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사진/뿌리깊은나무들
50부작 특별기획으로 방영됐던 ‘육룡이나르샤’는 뿌리깊은나무들의 첫 작품이다. 당시에는 350억원 규모의 사극 제작 소식에 모두가 반신반의 했다. 영화 7편을 만들 수 있는 대규모의 제작비가 드는 사극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뿌리깊은나무들 본사에서 만난 이재원 대표는 “첫 작품으로 350억원 규모, 그것도 사극을 제작한다고 하니 모두가 미쳤다고 했지만 작품에 대한 작가들의 높은 니즈에 우리는 제작사로서 플랫폼을 제공했고, 결과적으로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 말했다. 방영 당시 육룡이나르샤는 동 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달성할 만큼 성공했고 해외 수출 판로도 열렸다.
지난해 콘텐츠시장의 가장 큰 악재였던 사드 피해는 다양한 시장판로 개척의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이제는 중국이 아니라 아시아, 전 세계로 뻗어나가야 하고, 그 중심에는 더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뿌리깊은나무들이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강원도 원주혁신도시에 들어설 드라마 제작 세트장이자 복합테마파크인 ‘레드우즈(가칭)’다. 국내에서는 유통채널인 방송국을 제외하고 제작사가 세트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없다. 원주혁신도시 내 연면적 1만평규모로 들어서는 세트장에는 병원, 응급실, 법원, 경찰서 등 드라마 제작에 꼭 필요한 고정세트장과 제작시마다 계속해서 바뀌는 가변세트장이 3000평 규모로 들어간다. 이미 사업인가를 받았고 하반기 중 인·허가를 마무리한 뒤 내년 3월 착공, 2020년 초 완공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단순 드라마 세트장이 아닌 복합테마파크라는 것이다. 테마파크 내에는 가상현실(VR) 체험시설과 야외 수영장, 호텔, 편의시설 등이 함께 입점된다. 유명 호텔을 디자인 한 건축가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세부 설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촬영이 없을 시에는 일반 관광객들에게 드라마세트장을 개방해 견학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나무도 뿌리가 깊어야 위로 올라가듯 콘텐츠도 기본이 탄탄해야 양질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며 “원주 세트장은 작가들의 사무실은 물론 기획·개발 단계부터 촬영, 믹싱 등 후반 작업까지 모두 할 수 있는 훌륭한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 복합테마파크는 국내 금융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이미 준공단계까지 모든 자금조달이 완료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올해 안에 토지소유권이 회사로 넘어오면 유형자산으로 인식되므로 재무상태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강원도 원주에 들어설 예정인 뿌리깊은나무들의 드라마 세트장 및 복합문화시설 '레드우즈(가칭)' 투시도. 자료/뿌리깊은나무들
현재 뿌리깊은나무들은 12명의 작가진과 집필계약이 돼 있으며 기획력을 높이기 위해 PD들도 꾸준히 영입중이다. 최근에는 매니지먼트 ‘AND’와의 합병을 마무리하고 광고제작사 ‘사월이일’을 자회사로 편입시켜 관계사들간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영화 판권구매 및 리메이크 작업도 준비중이다.
지난해에는 사드 여파로 영업손실이 있었고 토지매입 등으로 투자비용도 발생해 최근 실적은 다소 아쉽다. 뿌리깊은나무들의 매출은 ▲2016년 123억9100만원 ▲2017년 17억7900만원 ▲2018년 상반기 3억4900만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016년 2억5100만원에서 지난해 4억5400만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부터는 매니지먼트, 광고제작사의 합병을 통해 연결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올해 매니지먼트 AND에서 30억원, 광고제작사 사월이일이 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4년 연속 당기순이익 흑자 달성 및 내년에는 연매출 200억원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시장에서 자체 콘텐츠제작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커졌고 글로벌 제작사들은 점점 대형화되는 상황"이라며 "정말 잘 만든 콘텐츠로 중국, 일본을 넘어 전세계 수요처를 대상으로 하는 명품콘텐츠 제작사로 인정 받는 것이 뿌리깊은나무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