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사태와 관련해 해당 업체의 자구안 발표가 지연되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간 물고 물리는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CERCG사의 자회사 CERCG캐피탈이 발행한 1조5000억달러 규모의 ABCP를 놓고 이를 인수한 증권사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CERCG가 지급보증하고 CERCG오버시즈캐피탈이 발행한 3억5000만달러규모의 회사채가 부도처리되면서 CERCG의 또다른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의 달러표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된 1조5000억달러 규모의 ABCP도 동반 채무불이행 상태가 된 탓이다.
국내 증권사간 줄소송 이어져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공동으로 국내에서 판매한 이 ABCP는 국내 현대차증권과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BNK투자증권, KB증권 등 5개사가 투자했다. 그러다 채무불이행 상태를 맞게 되자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은 현대차증권이 매수하기로 했던 물량에 대해 결제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 현대차증권의 예약매매 논란이 제기됐고 두 증권사는 결국 현대차증권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증권은 해당 물량이 채권 중개시 공식 채널로 사용되는 'K-Bond'를 거치지 않은 사적 메신저를 통해 오간 얘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현대차증권의 채권중개북에는 없는 금액이며, 공식 플랫폼이 아닌 실무자간 메신저 등을 통해 사적으로 얘기가 오간 것이어서 이는 공식적인 플랫폼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현대차증권의 화살은 자산관리자인 한화투자증권으로 향했다. 중간 관리자로서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국내 증권사들의 소송 공방은 6월말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던 CERCG측의 자구안 발표가 연기되면서 격화됐다. ABCP사태가 벌어진 이후 중국 CERCG측은 6월말까지 자구안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한달째인 현재까지 아무런 해결책이 나오지 않자 피해를 본 채권단(국내 증권사)들의 갈등이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도 "증권사 간의 소송이 제기되긴 했지만 아직 만기가 남아있는 채권이고 CERCG측의 자구안이 빨리 나오면 해결될 일"이라고 말했다.
신용등급 부여한 신평사 책임은?
이처럼 증권사들간의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당초 CERCG의 ABCP에 신용등급을 부여했던 나이스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는 책임 논란에서 빠진 모양새다.
당초 나이스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는 해당 ABCP에 대해 각각 A2 등급을 부여했으나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면서 C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평사의 평가등급이 상품화과정에서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는데 A2에서 C등급으로 낮출 정도의 상황을 실사 과정에서 인지하지 못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A2 등급을 내릴 당시의 평가과정이 제대로 됐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증권사들은 신평사로부터 기업평가를 받는 입장인 만큼 관련 증권사들이 신평사의 책임 소재를 운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신평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도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화살이 증권사로 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평사가 이렇게 단기간에 등급을 큰 폭으로 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신평사의 등급을 바탕으로 증권사들이 상품을 만들기 때문에 신평사들의 등급은 매우 공신력이 있는데 (CERCG의 경우처럼) 크게 떨어지는 일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중국 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 비해 실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겠으나 신평사가 전혀 책임이 없다고는 보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중국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사태로 현대차증권과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등 국내 증권사간 공방전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증권 사옥. 사진/현대차증권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