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용한 PC 등 법원행정처가 1차 자료 제출시 내지 않은 자료를 대법원 청사 내 별도 공간에서 조사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 일정과 장소·조사방법 등은 검찰과 법원행정처가 현재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김창보 법원행저처 차장은 3일 검찰의 추가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상황을 내부 통신망을 통해 법관들에게 설명하면서 "수사팀이 대법원 청사 내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법원행정처 관계자의 입회하에 수사에 필요한 하드디스크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등의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법원행정처는 그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하기로 협의했으며, 조만간 제반 준비를 마치는 대로 수사팀의 하드디스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면서 "이 같은 협조는 하드디스크 내의 파일에 대한 임의제출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대법원 청사를 방문해 그 안의 별도 장소에서 ‘사법농단 PC 하드디스크’ 등을 디지털포렌식하는 방안은 법원행정처가 지난 달 26일 1차 자료제출 시 요구한 사항이다.
김 차장이 이날 법관들에게 설명한 바에 따르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하드디스크 내 파일에 대해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등이 마련된다면 이를 적극 제공할 의사가 있다”는 의사를 검찰에게 알렸고, 이후 법원행정처와 검찰이 문제의 하드디스크 조사 방안을 협의해왔다.
김 차장은 ‘고의적 디가우징’ 의혹이 제기된 법원행정처 PC 하드디스크에 대한 처리과정에 대해서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이 사용하던 하드디스크에 대한 디가우징 처리 및 물리적 폐기 조치는 관련 규정과 통상적인 업무처리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개별 하드디스크 교체나 폐기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결재절차가 없다"면서 "현 대법원장이나 김소영 당시 법원행정처장은 디가우징 처리 및 물리적 폐기 사실을 알지 못했고, 관여한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와 검찰 사이에 '사법농단' 의혹 관련 자료 중 하드디스크 등에 대한 조사를 절충적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의 강제수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주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문건자료 410건 외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법원행정처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은 결론을 가지고 그에 부합하는 증거 찾아나가는 식으로 수사할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진실이 어떤 것인지 편견 없이 규명해야 하는 수사”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수사 대상자 대부분이 최고의 법률전문가로서, 각각 개인에게 법률상 보장된 방어권을 최대한 행사할 것이 예상된다. 자발적 진술에 기대기도 어려운 사건”이라면서 “국민적 의혹이나 불신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상태”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