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정유사들의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업계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6주 연속 하락, 배럴당 4달러에 턱걸이했다. 하반기 흐름도 안갯속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지난해처럼 실적잔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6월 넷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4.1달러로 집계됐다. 5월 셋째주 배럴당 7.9달러 이후 6주 연속 내림세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나 경유 같은 제품을 판매한 뒤 남긴 차액(이윤)이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7달러라면, 원유 1배럴을 정제해 남기는 차액이 7달러라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경상비 등을 감안한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 선으로 잡는다.
최근 정제마진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유가의 불안정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고 판매하는 기간만큼 유가가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오르내려야 이득이다. 하지만 최근의 유가는 그야말로 급등장이었다. 6월 넷째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5.2달러로, 연초 65.3달러 대비 15.1% 치솟았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WTI)도 15.2%, 19.6% 급등했다. 특히 이란 핵협정 등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면서 4월 말부터 널뛰기를 했다. 지난달 2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를 잡겠다고 일 100만배럴의 감산 완화에 나섰지만, 고삐 풀린 유가는 잡힐 줄 모른다.
짙어진 불확실성에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은 하반기에도 유가와 정제마진의 혼조세가 계속될 것에 무게를 뒀다. 한 관계자는 "지난달 OPEC이 감산 완화를 했음에도 유가가 계속 오르는 것은 시장에서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원유공급 차질 가능성과 그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감산 완화보다 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며 "2016년 8월 정제마진이 배럴당 3달러대까지 하락한 일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익성 높은 석유제품을 생산하거나 중동 외의 지역으로 원유 수입 및 수출선을 다변화시키는 방법 등을 통해 마진율을 유지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반면 하반기에 유가가 안정되면서 정제마진도 바닥에서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를 끌어내려야 하는 만큼 OPEC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견된다. 무엇보다 상반기에 95%가 넘는 가동률을 보인 미국의 정제시설이 조정기에 들어가면서 유가도 진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7~8월 미국의 정제시설 가동률 하락과 중국과 인도 등의 수요에 따라 정제마진이 한 번은 유의미한 반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