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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패스트팔로어의 한계…모바일·반도체 '다음'이 없다
DS 영업익 기여도 75%, 주연도 모바일에서 반도체로 교체…차기 주자는 '글쎄'
입력 : 2018-06-07 오후 5:16:01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과 함께 삼성전자의 성장 축은 모바일에서 반도체로 옮겨갔다. 예상보다 길어지는 반도체 호황 덕분에 삼성전자는 수차례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써냈다. 반대로 포스트 반도체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모바일 시대는 더 이상 지속이 어려워졌고,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전장 등 유망 사업들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방향성은 확정짓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53조6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DS(부품)부문이 40조33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전체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DS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2015년 50%대에서 지난해 70%대로 급격히 높아졌다.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이다. 반도체의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20조원대에 머물던 영업이익도 50조원 이상으로 대폭 늘었다. 전체 영업이익 규모가 커지면서 모바일(IM)에 대한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줄었다. 지난 2012년만 해도 영업이익의 67%를 차지했던 IM부문은 지난해 22%까지 기여도가 줄었다. 절대 규모 역시 20조원 안팎에서 11조원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모바일에 의존한 성장이 사실상 끝이 난 셈이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현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최근 수년 간의 투자자포럼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모바일 관련 이슈가 올해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14년부터 매년 1~2차례 홍콩, 싱가포르, 한국 등에서 개최되는 투자자포럼은 삼성전자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지금의 명칭으로 처음 열린 2014년 상반기 포럼에서 메모리반도체, 보안솔루션 '녹스', 스마트홈 등을 논의한 이래 모바일 시장에서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역량은 포럼의 단골 주제였다. 지난해 포럼에서도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경쟁력을 근본적 DNA로 보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개발로 브랜드가치 제고 ▲에코시스템(파트너·개발자)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스마트폰 서비스 전략을 발표했다. 삼성녹스, 삼성페이, 삼성패스 등 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하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이를 위해 스마트씽스, 루프페이, 조이언트, 하만 등 관련 기업의 인수합병(M&A)도 진행했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포럼에서는 파운드리 전략과 차량용 OLED, 데이터센터향 메모리반도체 등을 논의했다. 수요시장의 중심이 모바일에서 비모바일로 변화한 것을 반영해 연구개발 단계에서의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영역에서 팹리스 업체들이 아이디어만 제공하면 삼성전자가 제작과 점검까지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토털솔루션을 중심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폼팩터 구현이 자유롭고 LCD보다 전력 절감 효과가 뛰어난 OLED 디스플레이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중소형 OLED 강점을 적극 활용코자 하며, 데이터센터 시대를 맞아 더 큰 기회를 잡게 된 메모리반도체 영역에서는 보다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 뿐이다. 삼성의 오늘은 명확했지만 내일은 여전히 모호했다.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세트(가전·모바일)와 부품(반도체·디스플레이) 중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아이템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스마트홈(2014년·2015년), 사물인터넷(2016년), 전장(2017년·2018년) 등 신사업 영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뚜렷한 방향성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 지금의 자리에 온 삼성전자의 근본적인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소니(TV), 애플(스마트폰) 등 기존 시장 강자들을 따라잡으며 글로벌 1위 사업자로 성장했다. 차기 디바이스 발굴 등 신시장을 주도적으로 개척한 사례는 아직 없다. 스마트폰 시장만 하더라도 홍채인식, 엣지디스플레이 등으로 혁신을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젖힌 '퍼스트무버'는 애플이었다. 선제적 투자로 경쟁사들과 초격차를 유지한 반도체가 효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완제품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성장에 제한이 있는 부품의 한계를 넘을 수는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근 행보에서도 이 같은 고민들이 묻어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집행유예 석방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첫 출장에서는 인공지능을, 두 번째 출장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등과 관련한 현안을 살폈다. 지난 31일 떠난 세 번째 출장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모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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