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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정까지 흔드는 칼피아)"TCA는 항공산업 발전 족쇄…눈앞 이익에 미래산업 싹 마른다"
32개 가입국 대부분 항공제조 강국…"기술자 포지션 놓치면 영원히 구매자"
입력 : 2018-05-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들과 국토부가 총력전을 펴고 있는 TCA(민간항공기교역협정) 가입은 국가 전체 수준에서 보면 '소탐대실'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취하려다 차세대 성장동력인항공제조업의 싹을 잘라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 각국은 항공제조업을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 중이다. 항공제조업은 자동차나 조선보다 전·후방산업 연관 효과가 큰 데다, 인공위성 등 우주산업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저마다 국가의 미래로 여긴다. 반면 글로벌 추세와 달리 국내 항공제조업계는 고사 위기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지원은 적고 업체들도 영세하다. 특히 TCA까지 가입할 경우 정부 지원마저 불가능해져 미래가 더욱 암울해진다.
 
TCA는 정부가 대한항공 등 민간항공사들이 수입하는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고 영구적으로 부품 교역을 자유화(무관세)하는 게 핵심이다. 가입국끼리 부품 수입 때 관세가 사라져 민항사들의 비용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언뜻 보면 산업계에 이득이지만 실체에 접근하면 TCA는 '양날의 칼'이라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TCA 가입과 함께 항공기와 부품 개발·생산, 마케팅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은 '보조금'으로 간주, 엄격히 금지된다.
 
원래 우리나라에서 항공기 부품 수입은 관세법 제89조에 따라 관세가 100% 면제됐다. 하지만 정부는 관세 감면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 2019년부터 관세 감면액을 20%씩 줄여 2023년에는 완전히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항공운송업계는 관세 감면 축소에 따른 대응책으로 정부에 TCA 가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항공운송업계는 세계 항공산업이 발전 중이고 국내 민항사 이용객도 큰 폭으로 늘고 있는 만큼 TCA에 가입해 운항사의 비용 부담을 원천적으로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항공협회는 "2016년부터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다른 외국 항공사와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TCA 가입 등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협회 자료를 보면 WTO TCA에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일본, 이집트 등 세계 32개국이 가입, 항공기 부품을 무관세로 거래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항공기 부품 교역액은 약 2조3000억원으로, TCA 가입에 따른 관세 면제와 비용절감 효과는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항공제조업계의 처지는 다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는 "TCA 조항에는 민항기 제조산업에 대한 정부지원 금지, 자국법 규정 변경, 정보공개의무 등 항공제조산업 전체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은 조항들이 다수"라며 "항공제조산업 후발국인 우리나라는 산업 경쟁력이 확보될 때까지 TCA 가입을 일정기간 유예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까지 TCA에 가입한 32개국은 항공제조 강국(미국·유럽·일본 등)이거나 아예 항공기를 제조할 기반 자체가 없는 나라(이집트·멕시코 등)다.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등 항공제조 기술은 확보했으나 미국, 유럽 등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한 항공제조 후발국가들은 TCA에 가입하지 않았고, 가입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세계무역기구과 관계자도 "항공제조업계의 경쟁력과 항공산업 발전 측면에서 TCA 가입에 대해 유보적 입장"이라며 항공제조업계 의견에 동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TCA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내놨다. 박재찬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이 지난해 중형여객기 C919를 개발해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에서도 나타나듯 항공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는 파트너급이 되려면 자본 투입 등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 분야의 특성상 개발자 포지션을 놓치면 영원히 구매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황수영 IBK경제연구소 팀장은 "항공산업은 미래가 상당히 밝지만, 국내는 기술력이 낮고 글로벌 경쟁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미흡한 데다 산업이 군수용 중심으로 형성돼 민항기 분야의 경쟁력이 제한적"이라며 "유치산업 보호론 측면에서 봤을 때 국내 항공제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공제조업계 관계자는 "부품 수입에 대한 세금 1000억원 아끼자고 항공제조산업을 고사시킬 수 없다"며 "TCA는 항공제조업는 물론 항공산업 전체의 발전과 독립성에 족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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