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논란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2016년 상장 당시 과정을 놓고 한국거래소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 상장을 유치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6년 ‘대형성장유망기업 요건’을 통해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대형성장유망기업 요건은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가 지난 2015년 개정하며 추가한 것이다. 시가총액이 6000억원 이상이고 자기자본이 2000억원 이상일 경우 이익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상장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전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 요건은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및 이익 30억원 이상 ▲시가총액 4000억원 이상 및 매출액 2000억원 이상 등 2가지 뿐이었다.
삼성바이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매출액은 912억7800만원이었으며, 영업손실 2036억원으로 적자가 지속 중이었다. 기존의 상장요건으로는 유가증권시장 입성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대형성장유망기업 요건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위한 특혜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 요건으로 상장한 기업은 삼성바이오 이외에 덴티움과 한국자산신탁이 있지만, 나머지 두 회사는 모두 상장 시점 당시 흑자를 기록 중이었다.
거래소는 특혜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요건 신설 당시에도 “시가총액을 중심으로 성과요건을 다양화해 상장 기회를 늘리기 위한 요건 신설”이라며 “특정 기업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 해당 요건 신설의 트리거가 된 것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닌 삼성바이오에피스였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관계자는 “당시 새로운 상장요건을 만들게 된 계기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이슈였다”며 “이 기업을 놓치면 안된다는 여론이 있었고 내부 회의 끝에 신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래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장기업 늘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제대로 검토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경수 이사장 재직 당시 거래소는 기업공개(IPO) 확대를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다. 최 이사장은 2015년 170개의 기업을 상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고, 거래소 내부에는 유가증권시장본부와 코스닥시장본부의 상장유치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거래소 관계자 A씨는 “당시 우리만 세계적 기준을 따라가지 못해 우량 기업을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 여론이 많았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진행됐었는지는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논란이 분식회계로 결론 난다면 거래소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 관리자로써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정하고 엄격하게 보는 것이 거래소의 역할인데, 중소기업에는 강하고 대기업에는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없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해 상장과정에서의 한국거래소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행사. 사진/한국거래소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