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기업사냥꾼이 올해 초 구속기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에 수백억원대 부실채권을 떠넘긴 것은 물론 수십억원에 달하는 회삿돈까지 빼돌린 것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안겼다.
검찰에 따르면 A사 대표는 경영난에 빠지자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실질적 투자 없이 A사 명의로 금융권에서 240억원을 대출받아 코스닥 상장사인 B사를 인수했다. 이어 B사 자금 240억원을 A사에 다시 빌려주는 수법으로 대출 빚을 갚았다. 이들은 B사의 재무상태가 나빠지자 이를 매각하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경영부실을 겪던 B사는 결국 2016년 9월 상장 폐지됐다.
이처럼 무자본으로 기업을 M&A 한 기업사냥꾼은 기업을 인수한 뒤 회사 자산을 횡령하거나 시세조종을 통한 주식매각 차익을 노린다. 이들은 자금 차입 사실을 감추려고 자기자금으로 인수하는 것처럼 허위 공시하거나 인수 주식의 담보제공 사실을 감추는 등 진화하고 있다.
무자본 인수합병(M&A) 과정. 자료/금융감독원
무자본 M&A, 인수자금에 대한 소명 없어
무자본 M&A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두차례에 걸쳐 주요 사례를 분석한 자료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투자 유의사항을 내놓고 있지만, 단순 ‘투자주의 사항’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대책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이 제시한 주의사항에는 재무구조가 취약하지만, 경영권 변경 후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을 유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대주주 지분율이 낮거나 최대주주 및 사명을 변경하고 ▲인수자의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제3자배정 유증 공시할 시 증자 금액이나 투자자를 수시로 변경하는 종목 등은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도 있다.
이 외에 갑자기 대규모 신규사업 추진, 경영권 변경 후 비상장기업 주식 취득, 신규계약 확정되지 않은 상태서 지나친 언론보도 등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 ‘신규사업’, ‘최대주주 변경’ 등은 호재로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주 바이오리더스, 해덕파워웨이, 매직마이크로 등이 최대주주 변경 소식에 강세를 보인 바 있고, 신사업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M&A 과정에서의 선제적인 대응안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최병철 회계사는 “상장기업은 상대적으로 외부자금조달이 쉽고, 지분 거래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므로, 적어도 상장사에 한해서는 경영권 양수도가 수반되는 기업 지분 인수 및 양도에 있어서는 금융당국의 감시와 모니터링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회계사는 이어 “현재 상장기업을 인수하는 자금과 관련된 소명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회계상 인수와 합병은 복잡한 절차와 투자자보호가 수반되는 조항과 모니터링이 있는 반면, 경영권 양수도가 수반되는 지분 인수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전무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인수자금의 얼마까지를 자기자본으로 사용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라며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권에서 자체적인 심사 및 구체적인 담보를 근거로 자금을 빌려주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합병-지분인수 '투자자보호' 천양지차
통상적으로 경영권 양수도를 동반한 지분인수를 시장에서는 인수합병(M&A)이라고 통칭한다. 하지만 회계법상 기업간 인수합병은 보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면서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기업간 인수합병과 경영권 양수도를 동반한 지분 인수 과정의 차이점.
실제로 기업간 합병의 경우 기업 주주간 경영권과 합병비율을 산출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이는 이해관계자간의 의견을 조율해 인수 과정에서의 불공정한 행위를 막을 제재 장치로 적용한다. 즉 기업 간 합병에 있어서는 무자본 M&A의 가능성은 사전적으로 조율 및 견제가 가능하다. 이와 달리 경영권을 양수해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의 인수합병은 합병 비율 산출도 필요없으며 상법상 주주총회 결의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무자본 M&A에 노출되는 것이다.
최 회계사는 "기업 인수의 자율성을 이용한 무자본 인수합병 발생 빈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 인수 후에는 인수한 기업의 지분을 담보로 자금 조달을 금지하거나 ▲인수한 기업의 중요 자산을 일정기간 동안 매각하지 못하게 하든 ▲자본시장의 보호예수 제도처럼 일정 기간 이상 지분을 재매각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 등 금융당국이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실무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