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모처럼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기업 인수합병(M&A)과정에서 여러가지 불공정한 사례들이 근절되지 않고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사업 확대를 통한 경영 시너지 구현이라는 인수합병 본연의 취지와 달리 ‘돈 넣고 돈 먹기’ 식의 머니게임으로 변질되고 있어 코스닥 시장부흥에 재를 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장 문턱을 낮추는 대신 엄격한 관리감독을 통해 투자자 보호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질적 투자 없이 이루어지는 무자본 M&A나 부적격한 최대주주 변경 등의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과제로 남아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2년 3건에 불과했던 무자본 M&A는 2013년 6건으로 급증한 이후 2014년 8건, 2015년 7건 등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6년에도 최소 7건의 무자본 M&A가 적발됐다. 2017년 이후로는 아직 통계치가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에도 무자본 M&A에 따른 불공정 행위가 검찰을 통해 적발되고 있다.
M&A와 관련한 불공정거래가 계속되는 이유는 적절한 사전 제재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상장 기업을 인수하는 ‘주체’와 관련된 뚜렷한 규정은 사실상 없다. 인수 주체는 익명을 보장한 투자조합 형태이든, 과거에 횡령으로 인해 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는 경제사범이든 상관이 없다. 자본 없이 모든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차입해 인수해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 관계자는 “회사를 인수하는 기업이 자본금은 얼마나 있는지, 경영을 할 요건을 갖췄는지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며 “일부 의혹이 있는 기업들에 대해 꾸준히 감시, 감독하고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기 시세차익을 노려 기업을 인수했다면, 무리한 신규 사업 추진 등으로 인해 회사의 경영이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과거 무자본 M&A를 겪었던 한 코스닥 상장 기업 임원은 “본래 사업 영역과는 완전히 다른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내부적인 갈등이 계속됐다”며 “당시 경영 재무제표가 망가지면서 회사가 채권단에 넘어가게 돼 힘든 시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무자본 M&A와 관련된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차단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차입이 아닌 회사 내부자금을 다시 빼돌리는 형태로도 무자본 인수합병이 진화하고 있다”며 “상장 기업을 늘리는 것 못지 않게 시장을 건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