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자본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달려온 지난 3년은, 저에게 가장 보람 있었던, 화양연화의 시간이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은 2일 이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금융투자업계와 협회 직원들에게 진심 어린 충고도 남겼다.

황 회장은 "3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취임식을 하면서 여러분들을 처음 만났는데 이제 같은 자리에서 떠나는 인사를 하게 됐다"면서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정말로 아쉬운 마음"이라고 첫마디를 꺼냈다.
먼저 황 회장은 그간 3년 간의 업적에 대해 회고했다. 그는 "지난 2015년 협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회원사들을 향해 자본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면서 "은행산업과 비교하여 증권업의 현실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 이라는 화두를 던져 증권사 균형발전 30대과제 마련으로 이어진 것에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황 회장은 "그간 우리 회원사들을 향해 ‘야성과 상상력을 가져달라’ 주문해왔는데, 우리 협회가 주도해서 야성과 상상력의 산물도 나왔다"면서 "26개 증권사와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 블록체인 인프라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첫 공동인증 서비스 Chain ID 라는 혁신도 선보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 사이 회원사들의 업무 영역은 분명히 종전보다 넓어지고 산업의 위상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이같은 변화가 회원사 및 협회 임직원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이 같은 변화는 결코 저 혼자 만든게 아니다. 금융개혁 의지가 높았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과 같은 훌륭한 금융당국과 같은 시기에 일했던 행운이 컸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회원사 및 협회 임직원 여러분들이 지난 3년간 저를 믿고 열심히 함께 달려오지 않았더라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황 회장은 쓴 소리도 함께 남겼다. 그는 "반도체나 철강, 조선분야에서는 한국에서 세계 최고 기업들이 나왔지만 금융에서는 아직 없다"면서 "만약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향후 10년, 20년 동안에도 글로벌 베스트 기업이 못 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황 회장은 "그 이유는 금융당국은 물론, 금융투자산업 스스로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금융은 신뢰를 기반으로 돈을 융통하는 사업"이라며 "투자자 보호, 금융시스템의 안정, 그리고 금융회사의 건전성, 이 세 가지를 확보하기 위한 규제는 당연하고 반드시 필요한 규제"라고 설명했다. 또 황 회장은 "사전에 커다란 규제의 벽을 쳐놓으면, 자율과 창의가 뛰놀 공간은 좁아지고, 좁은 공간안에서 지시받으며 자란 산업의 체력은 허약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 하기 위해선 진입규제장벽 철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금융투자산업은 은행에서 거절당하는 저신용 경제주체들에게 모험자본을 공급하면서 혁신을 이끌어내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만약 진입규제장벽 철폐로 가장 큰 금융산업인 은행업에서 새로운 경쟁이 일어난다면, 이는 한국 금융업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는 새로운 사업기회에 도전하기를 당부했다. 황 회장은 "금융투자산업은 지도에 없던 신대륙을 찾아나서는 것이 업의 본질인데, 오랜 통제에 순치되서 새로운 사업기회에 대한 대한 호기심과 도전의욕을 잃지는 않았는지도 자문해보기 바란다"면서 "야성과 상상력으로 무장하고 물러서지 말아 달라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협회직원에게도 당부 인사를 남겼다. 황 회장은 "올해 첫 날, 성공적 사회생활의 비결로 세 가지를 소개한 바 있다"면서 "솔직하라는 것, 주변사람들을 배려하라는 것, 그리고 책임지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황 회장은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더 크고 멀리 생각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크게 생각하고 멀리 생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끊임없이 읽고 공부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변화의 파도에 피동적으로 떠밀려 가지 않게, 어제의 나에 뒤처지지 않게 끊임없이 공부하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