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현재 시리즈물이라고 불릴 만한 영화는 ‘조선명탐정’이 한국영화계에선 사실상 유일하다. 과거 ‘장군의 아들’ ‘투캅스’ ‘여고괴담’, ‘공공의 적’ ‘조폭 마누라’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시리즈가 있었다. 하지만 기획물이 정착된 2000년대 이후로 보자면 '조선명탐정'이 본격적인 시리즈물로 으뜸이다. 2011년 ‘조선명탐정’ 1편이 개봉할 당시 우려는 있었다. 당시로선 생소한 퓨전 사극 장르, 코미디가 기반이지만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이른바 짬뽕(?) 스타일. 무엇보다 주연 배우 김명민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순신’ ‘장준혁’ 캐릭터를 통해 ‘메소드 연기 1인자’ ‘연기본좌’란 호칭을 부여 받은 그였다. 김명민의 코미디는 대중들의 ‘니즈’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도전했다. 대중의 요구에 화답하는 스타일은 그와 맞지 않았다. 도전했고, 성공했다. 2편까지 이어지면서 시리즈가 구성됐다. 그리고 8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는 이제 김명민이 아니라 ‘조선명탐정’의 허당 명탐정 ‘김민’ 그 자체다.
3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명민과 만났다. 같은 제목의 영화로 3번째 만남이다. 여유로웠다. 다른 의미의 여유다. 산전수전 공중전 우주전까지 겪어본 그다. 여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조선명탐정3’와 함께 만난 그는 ‘힐링’ 지수가 ‘만렙’에 오른 상태로 보였다. 이건 자신감이 아니다. 그저 집근처 ‘절친’을 만나러 나온 동네 아저씨의 그 모습처럼 느껴졌다. 영화에 대한 자신감은 사실 그 다음이라고 보면 된다.
김명민. 사진/(주)쇼박스 제공
“하하하. 8년이란 시간이 흘렀잖아요. 나도 나이를 먹고, 1편을 본 관객들이 이젠 아이가 생긴 엄마 아빠가 됐고. 글쎄요. 연륜이라고 할까. 저도 그게 생긴 것 같고, 우리 영화를 좋아해주셨던 팬들도 그렇고. 그런 의미에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우리가 뭘 할지 알잖아’ 이런 질문을 하면 ‘당연히 알지’란 대답을 해주실 것이란 믿음?(웃음). 배우, 스태프 모두 이젠 그런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그는 한 때 배우를 그만두려 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시기에 운명처럼 찾아온 작품이 ‘이순신’이었다. 한 참 주목을 받으면서 천운으로 찾아온 작품이 최근 재편성돼 방송 중인 ‘하얀거탑’이었다. ‘장준혁’ 캐릭터는 그의 분신이나 다름 없었다. ‘베토멘 바이러스’의 ‘강마에’는 또 어땠나. 최근작 ‘육룡이 나르샤’의 정도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강렬하고 센 인물과 맞닿아 있었다. ‘조선명탐정’은 전혀 다른 결이다.
“뭐랄까요(웃음). 1편때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이걸 나보고?’란 황당함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반신반의했었어요. 이걸 왜 나한테 줬지? 엄두가 안났었죠. 근데 코미디란 장르로 가둬버리지 않고 그저 ‘허당끼있는 조선시대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니 되더라구요. 하하하.”
김명민. 사진/(주)쇼박스 제공
워낙 큰 성공을 거둔 시리즈물이라 1편 성공 이후 김명민에겐 한 때 비슷한 ‘아류’ 느낌의 시나리오가 집중하기도 했단다. 트렌드에 민감한 영화계 제작 풍토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수도 있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라’는 말처럼 그때 연이어 자신의 이미지를 소비했다면 지금의 ‘김명민’ 그리고 ‘김민’이 있었을까.
“정말 비슷한 시나리오가 너무 많이 들어왔어요. 1편 끝나고 흥행 성공하니 거의 대부분이 ‘조선명탐정’ 스러운 시나리오만 왔었죠. 근데 뭐랄까. 전부 하기 싫었어요. 거절했죠. 의리? 그렇게 거창한 말로 설명하기는 좀 그렇고. 뭔가 지키고 싶었어요. ‘김민’ 캐릭터는 ‘조선명탐정’에서만 살아 숨쉬어야 하는 것 아냐? 이런 느낌이랄까. 다른 작품에서 비슷한 모습을 선보이는 건 그냥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결국 4년 뒤 2편이 제작됐으니 제 판단도 옳았던 것 같고.”
그렇게 의리와 지조를 지킨 ‘조선명탐정’은 1편과 2편 모두 흥행에 성공한 보기 드문 케이스가 됐다. 김명민과 오달수의 만점 콤비플레이가 ‘조선명탐정’의 기승전결이 그 자체다. 사건과 기타 줄거리는 사실 양념이다. 두 콤비가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의 기상천외함과 코미디가 대중들이 보고 싶은 ‘조선명탐정’의 모습이다. 3편은 의외로 여주인공 김지원의 비중이 높다.
김명민. 사진/(주)쇼박스 제공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웃음). 음 아쉬움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고. 김민과 서필의 알콩달콩함이 전편에 비해 조금 덜 한 건 사실이에요. 반대로 드라마적 요소는 1편과 2편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로 탄탄하죠. 1편과 2편에 비해 여주인공의 얘기가 좀 더 중심으로 들어왔죠. 바꿔 말하면 ‘조선명탐정’이기에 가능한 플롯 아닐까요? 장르 자체가 없는 우리 영화에는 뭘 가져다 붙여도 가능해요. 1편과 2편이 그랬으니 3편은 이러네? 이런 느낌으로 봐주시면 재미는 충분하실 것 같아요.”
김명민과 ‘조선명탐정’을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의 ‘단짝’ ‘영혼의 파트너’ 오달수다. ‘천만 요정’을 넘어 ‘억만 요정’으로 불리는 오달수는 ‘조선명탐정’ 속 ‘허당 김민’을 완성시키는 조력자 ‘서필’로 8년을 살아왔다. 김명민과 오달수의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비주얼은 묘한 콤비 플레이로 드러난다.
“달수형과 콤비 플레이? 에이 그건 이미 1편 촬영 중반 쯤 끝이 났죠(웃음). 그냥 우린 현장에서 촬영하고 그게 다에요. 그냥 만나서 ‘하자’ ‘응’ 이런 느낌? 하하하. 그냥 촬영 끝나고 ‘어디서 막걸리 마실래?’ 이걸 고민하는 사이에요(웃음). 리허설 때 한 두 번 맞춰 볼 뿐 특별히 합을 맞추거나 하지 않아요. 눈빛만 봐도 안다? 우린 그것도 넘었어요. 하하하. 3편 제작 소식도 서로 듣고 ‘어, 하자’ 뭐 이 정도? 하하하.”
김명민. 사진/(주)쇼박스 제공
1편의 한지민, 2편의 이연희에 이어 이번 3편의 김지원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아니 김명민은 1편 시사화에선 한지민, 2편 시사회에선 이연희, 3편 시사회에선 김지원 뿐이라며 허세 칭찬으로 웃음을 자아냈었다. 물론 이번 3편에서 김지원의 비중은 전작 두 편의 영화 속 여주인공들과는 좀 달랐다.
“아우 최고에요 김지원씨(웃음). 사실 농담이 아니라 김지원씨 역할이 너무 중요했어요. 여주인공이 연기를 못하면 이번 3편은 정말 산으로 가게 됐을 거에요. 시나리오 자체가 그렇잖아요. 그럼 그걸 나와 달수형이 매꿔야 하는데 그것도 불가능하게 스토리가 구성돼 있고. 결과적으로 김지원씨가 100점 만점 이상으로 잘해줬어요. 최고죠. 최고에요(웃음)”
김명민과 ‘조선명탐정’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자연스럽게 최근 재방송이 되고 있는 ‘하얀거탑’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에겐 전환점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워낙 탄탄한 완성도와 시대를 앞서간 포맷, 그리고 의학 드라마의 패러다임을 바꾼 걸작이었다. 그는 잠시 회상에 잠겼다.
“너무 감사하죠. 저한텐 그런 작품이에요. 요새 다시 보니 젊은 시절의 미숙함도 보이고. 기억도 새록새록하고. 특별한 기억은 당시 제가 촬영을 하면서 우울증을 앓았어요. 저 자신의 문제라기 보단 작품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끌어 온 우울증이었죠. 장준혁 캐릭터가 워낙 셌었으니. 사실 지금봐도 전 장준혁이 너무 이해가 되고 또 불쌍하고. 아휴~~~(손사래). 암튼 정말 힘든 작품이었던 건 사실이에요. 지금 다시 하라면? 아우 절대 못해요(웃음)”
김명민. 사진/(주)쇼박스 제공
1편 제작 당시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를 장담치 못했었다. 그러나 흥행에 성공 후 2편이 제작됐다. 2편 말미에 드러난 흡혈귀 쿠키 영상이 그대로 3편으로 이어졌다. 이번 3편 마지막에도 깜짝 쿠키 영상이 등장한다. 4편에 대한 예고다. 김명민은 웃으며 다시 손사래를 쳤다.
“아니 몰라요 진짜. 그게 4편 예고라구요? 저희 그냥 넣은 거에요. 하하하. 준비된 건 아무것도 없어요. 2편때도 흡혈귀 쿠키 영상 넣은 거? 그냥 넣은 거에요. 진짜로(웃음). 4편이요? 하고 싶죠. 5편도 하고 싶고. 흥행이 잘되야 가능하겠죠? 하하하. 바람이라면 한국영화의 대표 시리즈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3편 흥행이 먼저!!!”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