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지난 21일 11시.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길거리 한복판에서 택시를 사이에 두고 언쟁이 벌어졌다. 이날 승차거부로 적발된 18년 경력의 개인택시 운전자 설모(51)씨는 “승객이 원하는 신촌 세브란스 방향으로 가려면 유턴을 해야 한다고 안내했더니 승객이 내렸다”고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승객은 “기사가 그 방향으로 가기 어렵다고 해서 내렸다”며 옥신각신했다.
이날 단속에 나선 서울시 교통지도관 공무원 우모(57)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상황에서 진땀을 뺀다.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꼬투리를 잡히면 왜 한쪽 편을 드느냐며 드잡이를 당하기 일쑤다.
이날 시 교통지도관 공무원들은 1개조에 3~4명씩 모두 4개조로 나뉘어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단속을 진행했다. 단속 공무원들은 승차거부를 발견하면 현장에서 기사에게 승차거부라는 사실을 고지 후 과태료를 부과한다.
단속 과정에서 시 공무원들은 승차거부 택시기사나 승객에게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 3월에는 승차거부로 적발된 기사가 단속 중이던 시 공무원을 바닥에 넘어뜨려 해당 공무원이 2주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이날 현장에 나온 김영오(60) 시 교통지도과 주무관 역시 불과 2주 전 술에 취한 20대 승객에게 뺨을 맞고 미간이 찢어졌다. 김 주무관은 “단속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일이 많다”며 “일부에서는 서울에 승차거부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하는데, 시 공무원들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연시마다 서울시와 자치구 소속 공무원들이 당번을 짜 승차거부 단속에 나서지만 역부족이다. 워낙 구역이 넓은데다가 단속 대상이 많다. 경찰이 합동단속에 투입될 때 승객이나 택시기사들로부터 폭행당할 걱정은 덜지만 그나마 경찰도 일이 바빠 못 나오는 경우가 많다.
단속 후 처분절차도 쉽지가 않다. 현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면 각 자치구에서는 별도 심의를 거쳐 행정처분을 내리지만 택시기사와 승객 간 증언이 다르거나 입증이 어려워 행정처분을 내리기가 힘들다.
이렇다 보니 시가 1년 내내 단속을 해도 승차거부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택시 승차거부 단속 건 수는 지난 11월 기준 총 1344건으로 전체 택시위법행위 단속건수(3732건)의 36%를 차지한다.
시도 나름대로 돌파구를 마련 중이다. 우선 이달 중 현재 자치구에 위임된 ‘승차거부 단속건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을 재환수해 단속은 물론 처분도 직접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연말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종합대책으로 이번달까지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하고, 심야 올빼미버스와 콜버스 등 대체이동수단도 투입했다.
‘지브로’ 시범운영에도 들어갔다. ‘지브로’는 승객이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고도 빈 택시를 골라 탈 수 있는 택시호출 앱이다. 해당 앱을 통해 승객이 택시를 특정하면 기사는 사실상 승차거부를 하기 어렵다. 시는 시범운영기간 1000~2000원 수준의 콜서비스 요금을 부과해 기사들의 참여율을 높인다는 계획으로, 내년 3월까지 시범운영을 한 다음 개선점을 찾을 방침이다.
하지만 ‘지브로’가 실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김정주 서울개인택시조합 홍보과장은 “목적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승객을 태우지 않았다고 해서 승차거부로 처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기사가 갈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는데, 콜비 얼마 주면서 무조건 가자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법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시가 하겠다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지난 22일 서울 홍대입구역에서 서울시 교통지도과 공무원들이 승차거부 현장 적발 후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사진/조용훈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