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이른바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로 기소된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측 모두 자신들은 대통령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두 사람의 변호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 심리로 19일 진행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손실) 및 뇌물수수 등 혐의 1차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비서관은 "2013년 5월 처음 국정원에서 돈을 받을 무렵 대통령께서 저에게 '국정원에서 봉투가 오면 받으라'는 말씀을 하셨고, 봉투 안에는 딱딱한 박스가 있어 내용물이 무엇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첫 달에는 열어보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두 번째에는 봉투를 가지고 관저로 올라가니 대통령이 '이 비서관이 청와대 특수활동비처럼 관리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제 방에 돌아와 봉투를 열어본 뒤 돈이라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행위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업무수행 중 하나로,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한다는 것은 업무 내용에 비춰 기대가능성이 없어 피고인의 책임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안 비서관 측 변호인은 "국정원 이헌수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청와대로 보내는 돈을 받아 전달한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 "출처가 어딘지 알지 못했고, 돈이 특활비이거나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주는 뇌물인지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뇌물 수수 종범이나 전달자에 불과해 공범에 해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매달 5000만원 또는 1억원씩 모두 33억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면서 박 전 대통령 역시 뇌물수수 공범으로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문고리 3인방'이라 불렸다.
검찰은 이들이 남재준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 6억원, 이병기 전 원장 때는 8억원, 이병호 전 원장 시절 19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별개로 안 전 비서관은 2013년 5월부터 2015년 초까지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135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는 혐의도 있다.
이들에 대한 2차 공판은 내달 9일 열리며, 서면증거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다. 1월 19일과 26일에는 검찰과 변호인 측이 각각 요청한 증인에 대한 신문이 이뤄진다.
‘국정원 뇌물수수’로 구속된 이재만(왼쪽) 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대통령비서실 제2부속비서관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