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게 불법 사찰 관련 내용을 비선 보고하고 국가정보원의 각종 정치공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측이 첫 재판에서 "검찰이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공소장에 기재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추 전 국장의 변호인인 이은경 변호사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나상용)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기소 내용 중 피고인과 무관한 잡다한 내용이 장황히 기재돼 있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한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공소장에는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나 증거를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법률상 원칙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됐다.
이 변호사는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이 사회팀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브리핑과 회의에서 강조했던 지시사항인 좌파 연예인 대응, TF나 심리전담의 각종 활동 내용 등 피고인 지위상 알 수 없는 관여 사실이 기재돼 있다"며 "블랙리스트 공소사실에도 피고인과 무관한 상황이 장황하게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주 사실이 아닌 정황 자체에 상세하게 기술한 것은 불법에 관여한 것처럼 예단이 생기게 돼 공소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추가 수사 등을 이유로 열람 등사를 허락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그는 "구속기소된 사건이라 변호인도 방어권 행사를 위해 기록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등사마저 이뤄지지 못해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일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우 전 수석과 공범 관계에 있는 사찰 부분과 관련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그 부분에 대해 열람 등사를 제한했다"며 "피고인은 검찰에서 9차례 정도 출석을 요구했는데 불응하고, 추가 혐의와 관련해서도 출석에 불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전 국장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 국익정보국 팀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으로 분류된 연예인 퇴출 공작을 기획·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박원순 제압 문건'을 작성하는데 개입하는 등 옛 야권 정치인 비난 공작에 개입한 혐의도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익정보국장으로 승진한 추 전 국장은 직권을 남용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등을 사찰하고 우 전 수석에게 비선 보고한 혐의도 적용됐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한 의혹도 받고 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들의 출석 의무가 없어 추 전 국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내달 9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등사가 진행된 부분에 대해 변호인의 구체적인 견해를 듣기로 했다.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이 지난달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