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수협은행이 독립 첫돌을 맞았다.
창립 54년 만에 수협중앙회를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선 수협은행은 지난해 12월 해양수산금융 대표 은행을 목표로 첫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행장 선임 작업에 난항을 겪으며 반년 넘게 경영공백이 발생했고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주문하고 나서며 소매금융 등 수익성 악화의 위기에도 직면했다.
이동빈 신임 수협은행장은 리테일 영업을 중심으로 활로를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금융시장에서 수협은행의 정체성을 지키며 자산건전성을 개선하고 공적자금을 조기 상환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동빈 수협은행장이 지난달 25일 취임식을 하고 있다. 사진/수협은행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오는 12월 1일 독립 출범 1년을 맞이한다.
출범 당시 자산규모 35조원(2021년 기준)의 우량 중견은행을 목표로 내놨던 수협은행은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축포를 쐈다.
올해 상반기 수협은행은 전년 동기(255억원) 대비 941억원 증가한 119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총자산은 30조2226억원으로 전년말보다 2조6013억원 증가했으며, 원화대출금은 1조8113억원 늘어난 23조345억원, 원화예수금은 2조661억원 증가한 18조4135억원을 기록했다. 사업구조 개편 이후 소매여신과 비이자이익 증대에 주력한 결과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작년 12월말 1.22%에서 반년만에 0.85%로 개선됐으며, 연체율은 0.45%로 0.26%포인트 하락했다.
이와 함께 수협은행은 올 한해 IT기업과 손잡고 모바일 해외송금 서비스를 지원하는 동시에 스마트뱅킹 어플리케이션 '수협 파트너 뱅크'를 출시해 비대면 금융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또 지난달 25일 이동빈 행장이 취임하면서 컨트롤 타워도 꾸려졌다.
그러나 해묵은 과제는 산적하다. 상환해야 할 공적자금이 1조원 넘게 남아있는데다 어업인과 일반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수협’의 정체성과 ‘중앙회로부터 독립성’도 확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 시절인 2000년 부실 처리를 위해 정부로부터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받았다.
이 가운데 127억원은 올 3월 첫 상환했으며, 나머지는 2027년까지 상환해야 한다.
은행의 최우선 과제는 조기 상환이다.
이 행장은 취임 당시 “공적자금 조기상환을 통해 수협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연평균 3000억원의 세전 당기순이익을 시현하겠다”며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이라는 수협의 비전달성을 위해 수협은행이 핵심수익센터로 거듭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리스크 관리를 토대로 방카슈랑스·펀드·외환·카드·신탁 등 비이자 수익을 확대할 계획이다.
상환은 수협은행 배당금을 재원으로 중앙회가 예보 공적자금을 순차적으로 상환하게 된다. 분리되는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가 100% 출자한 주식회사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게 되며 공적자금 상환의무는 수협중앙회가 맡게 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수협중앙회의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 정부의 방침이 나온 상황에서 소매 여신을 확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체 여신 가운데 소매금융 여신비중은 3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은행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도 이 행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어업인과 조합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만큼 어민을 위한 은행으로서의 모습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군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 등은 어업인 우대 상품이 전체 3% 수준으로 상품 금리도 소홀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수익성 창출을 위해선 일반 고객을 끌어들여야 한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의 인터넷·모바일 전용 상품에 못지않은 수협은행만의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며 ”보다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