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법무부가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법안을 내놨지만 수사대상을 축소하고 수사팀 규모도 줄이는 등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권고한 안 보다 후퇴했다는 평가다.
법무부는 수사대상자를 ‘현직 및 퇴직 후 2년 이내의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으로 조정했다. 권고안이나 의원안의 ‘퇴직 후 3년 이내’는 지나치게 범위가 크다는 것이다. 중앙행정기관 등의 고위공무원단을 정무직공무원으로 축소하고, 비공직자 성격이 강한 금감원은 제외했다. 장성급 장교도 군사법원 관할 등 문제로 전직에 한하는 것으로 축소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수사대상을 무분별하게 줄여 시작부터 공수처의 힘을 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지역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는 “고위공무원단을 정무직공무원으로 축소하고, 금감원을 제외하는 구체적 사유에 대해 의문”이라며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엄단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을 반영한다는 공수처 신설취지에 비춰 다소 미흡하다”고 말했다. 고위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금감원을 제외하는 것은 다른 공무원들과 비교할 때 평등의 원칙과 문제될 수 있다”며 “이대로 확정될 경우 이를 문제 삼는 헌법소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원 구성도 개혁위 권고안보다 크게 축소됐다. 개혁위 권고안은 최대 인원으로 구성할 경우 수사에 투입되는 인원만 총 120명을 두게 했다. 그러나 법무부 안은 최대인원 75명 수준이다.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구성과 비슷한 규모다.
전 대한변협의 한 임원은 “수사대상을 줄인 것이 수사업무에 대한 물리적 한계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공수처 구성안을 보면 결국 공수처 규모 축소 이어졌다”며 “현재 검찰을 압도하는 공수처의 신설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부분도 없지 않다. 이번 법무부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수처장의 국회 선출’은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국정농단 사건’의 사례를 반영해 현직 대통령을 수사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장점으로 지목된다. 수사관부터 처장까지 임기를 두고 연임횟수를 제한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개혁위원인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공수처장 임명과정에서 국회의 견제기능이 강화된 것이 눈에 띈다. 공수처의 독립성보장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다만 수사의 연속성, 신분보장측면에서 검사의 임기는 처장보다 길어야 하는데 이를 처장과 동일하게 줄인 것은 문제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타 기관과의 수사권한 정리는 평가가 엇갈린다.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할 경우 타 기관의 장이 사건을 넘기도록 의무를 부여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타 기관의 사전 통지 의무를 뺀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한 임원은 “사후적으로 공수처장이 사건을 가져 올 수는 있지만, 타 기관장이 사건을 쥐고만 있다면, 공수처장이 인지해 요청하지 않는 한 사건은 타 기관 재량으로 처리 될 위험이 있다. 굳이 타기관장의 통지의무를 삭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외에 사건 피의자인 고위공직자를 불기소 처분할 경우에는 사전에 불기소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한 것과 검사 대상 범죄 사건을 모두 공수처로 이관토록 한 것은 긍정적인 평을 받는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토론회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왜 필요한가? 적폐청산과 제도개혁 과제‘에서 임수빈(왼쪽 두번째)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