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법무부가 15일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법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수처장을 국회에서 선출한다는 것이다. 지난 달 18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권고한 안은 국회에 공수처장 추천위를 설치하고, 추천위가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것이었다. 특별검사 임명과 비슷한 절차다.
그러나 법무부안은 국회 추천위가 선정한 후보자 2인을 대통령이 아닌 국회의장에게 추천하고,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들과 협의한 후 1명을 국회에서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다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국회의장이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관 선출 절차와 유사하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 70명이 지난해 8월 입법 발의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는 추천위에서 1명을 추천해 바로 인사청문회를 거쳐 통과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했다.
인원 구성도 개혁위 권고안과 다르다. 개혁위는 소속 검사를 30명 이상 50명 이내로, 수사관은 50명에서 70명까지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 인원으로 구성할 경우 수사에 투입되는 인원만 총 120명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검사를 25명 이내로 제한했고, 수사관 등 직원 수도 총 50명 이내로 줄였다. 최대인원 기준으로 75명 수준이다.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구성과 비슷한 규모다. 수사팀 구성은 검찰 특수부를 고려해 각 팀장 1명에 팀원 6명으로 구성된 수사팀 3개를 구성하도록 했다.
권고 안은 공수처 검사의 임기를 6년으로 하고 연임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법무부는 임기제를 도입하고 연임 횟수도 제한했다. 이에 따라 처장과 차장은 임기3년 단임, 그 외 공수처 검사는 임기 3년에 3회까지만 연임이 가능하다. 수사관 역시 장기간 근무에 따른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임기를 6년으로 하되 연임에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도 퇴직 후 별도의 기간 제한 없이 공수처 검사로 임용될 수 있도록 했으나 공수처 검사 정원의 2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개혁위가 권고한 공수처장(검사 퇴직 후 3년)과 차장(1년) 임용의 기간제한은 그대로 유지된다.
법무부는 수사대상자를 ‘현직 및 퇴직 후 2년 이내의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으로 조정했다. 권고안이나 의원안의 ‘퇴직 후 3년 이내’는 지나치게 범위가 크다는 것이다. 헌법상 불소추특권이 있는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국정농단 사건’과 같이 증거수집 등 현직 당시에도 수사 필요성이 있는 경우를 감안해 수사대상자에 올렸다.
이 외에 중앙행정기관 등의 고위공무원단을 정무직공무원으로 축소하고, 비공직자 성격이 강한 금감원은 제외했다. 장성급 장교도 군사법원 관할 등 문제로 전직에 한하는 것으로 축소했다. 또 검사의 부패범죄에 엄정히 대처하고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없도록 검사의 대상범죄 사건은 모두 공수처로 이관하도록 규정했다.
가장 논란이 많았던 수사권에 대해서는 공수처에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공수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기관의 범죄수사는 공수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을 고려해 공수처에서 수사함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첩을 요청해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규정했다. 범죄수사를 두고 기관간 다툼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를 수사 중인 기관에 통지의무를 부과한 개혁위 권고안과 다르며, 공수처장 요청 없이도 무조건적으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게 한 의원안과도 다르다.
사법적 권한에 대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한을 모두 부여하되 검찰과 같은 기소법정주의를 채택하지 않았지만,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불기소심사위원회’를 설치해 불기소 처분 전 사전심사를 의무화 했다. 공수처의 권한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불기소 불복절차로 재정신청 제도만을 둔 개혁위 권고안과는 다르다. 박 의원 등이 발의한 의원안을 반영했다.
수사대상 범죄와 관련해서는 개혁위 권고안의 특정범죄 중 재산죄, 문서죄에 ‘직무관련성’을 요건으로 추가했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국회에 출석해 수사 관련 사항을 보고하고 의원의 질의에 답변해야 한다.
한인섭(가운데)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공수처) 신설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