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김재홍 기자]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은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100%를 돌파했다. 연금자산도 빠르게 늘면서 증시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매크로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제 디테일에 집중할 때라고 했다.
특히 현재의 규정 중심 '포지티브' 규제를 원칙 중심 '네거티브' 체제로 개편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했다. 글로벌 선진 자본시장에 비해 한국의 사전규제는 과도하다는 평가다.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해묵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각도 정비할 것을 요구했다. 세계적 금융허브를 위해서는 10년 사이 달라진 금융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홍콩, 룩셈부르크 등 전통적인 금융허브 모델에서 벗어나 중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뉴스토마토>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장범식 숭실대 교수,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을 통해 한국 자본시장의 갈라파고스식 규제 현실에 대해 선진 자본시장을 위한 개선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 자본시장 큰틀 '강력한 사전규제' 바뀌어야
전문가들은 한국의 금융시장 규제의 큰 틀은 '강력한 사전규제'라고 규정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외국도 상품 승인 등의 분야에서 규제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에 대한 신뢰가 있다"며 "재무건전성 책임, 불법행위 처벌, 금융소비자 보호 라는 3가지 원칙을 지킬 경우 상당한 범위의 영업자율을 보장하는 게 금융 선진시장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짚었다. 황 회장은 이어 "정부로서는 카드사고, 금융위기, 저축은행 사태 등을 겪으면서 선진국 수준의 감독만으로는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한데,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자본시장의 성숙도 정체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무엇보다 금융투자회사들이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부분이나 혁신과 도전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제약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금융당국이 보다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겠지만, 금융사들 역시 개선이 이뤄진 부분에서는 즉각 노력을 해 선순환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 강화의 일환인 글로벌 금융사들의 엑소더스(이탈)를 방지하기 위한 '웰컴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에도 공감했다.
장범식 교수는 "외국계 금융사의 엑소더스가 갈라파고스식 규제 때문은 아닌지 생각할 때"라며 "글로벌 정책 변화, 경비절감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한국이 금융허브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외국계 금융사를 많이 유치하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꾸준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허브, 금융중심지를 목표로 하는데 정작 외국계 금융사의 입지는 각종 규제로 인해 좁은 상황"이라며 "편향적인 제도는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글로벌 금융사 엑소더스를 막을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금융허브' 위해 중국시장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국내 자본시장이 한단계 '점프 업'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는 분명하지만, MSCI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신중히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장범식 교수는 "MSCI 신흥지수에 중국이 올해 편입되면서 한국의 선진지수 편입 관심도가 커졌다"며 "24시간 환전 가능한 역외 원화거래와 MSCI의 코스피지수 사용권이라는 두가지 사안을 놓고 이견이 있어 해결이 안되고 있는데, 사안의 중요성을 알기에 금융당국도 노력하고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해결이 될 걸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MSCI의 선진지수 편입 요건을 맞추기에는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선진지수 편입으로 외국계 자금이 국내에 유입되는 긍정적 효과도 크겠지만,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역외 외환거래를 24시간 허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외환 변동성이나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북아 금융허브'의 현실화를 위한 주문도 나왔다. 국내에서 롤 모델로 삼을 만한 해외 자본시장으로 종합 금융허브 '런던형', 자산운용 중심 '싱가포르형', 서비스 중심 '룩셈부르크형'이 주로 거론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새로운 시각으로서 '중국'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조남희 대표는 "10여년 전 금융허브를 추진했지만, 구체적 실행방안과 의지가 부족해 좌초됐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중국을 감안한 전략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우리가 주도권을 갖되, 중국의 금융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때때로 중국시장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범식 교수도 "과거 금융허브를 추진했을 때와 현재의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나 홍콩의 모델을 고집하기 보다 중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중국은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결제 서비스, 인터넷 뱅킹 등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중국이 금융강국이 아니지만 기술발전 흐름을 고려하면 일찍부터 집중해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선·김재홍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