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국내 금융투자시장에서 파생상품은 글로벌 성장 기조와 다르게 홀로 역성장 중인 대표적인 분야다. 업계 전문가들은 파생상품시장의 활성화 해법을 '갈라파고스식 규제' 탈피에서 찾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06~2016년 세계 장내 파생상품 거래량은 연평균 7.8%의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각종 규제강화로 시장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실정이다.
키코(KIKO) 사태, 11·11 옵션 쇼크,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 수사 등을 거치면서 금융당국이 2011년 이후 건전성 강화와 투자자 보호조치를 명분으로 규제를 강화한 탓이다. 그 사이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글로벌 성장세와는 동떨어진 전형적인 갈라파고스 제도를 갖추게 됐다.
파생상품은 금융자산의 가격변동 위험에 대한 일종의 관리수단의 역할을 하는데, 국내에는 주가지수 선물·옵션, 변동성 선물, 금리선물, 통화선물, 돈육, 금선물 등이 상장돼 있다. 2011년 글로벌 1위(39억3000만계약)를 자랑하던 한국 파생상품시장 거래량은 작년 6억9000만계약으로 82.4%나 줄면서 12위권으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대표 파생상품인 코스피200선물·옵션 거래량은 2011년 37억6000만계약에서 3억7000만계약으로 90.2%나 감소했다.
개인의 시장 참여가 크게 떨어지면서 파생상품에 대한 인식도 악화됐다. 지난 2012년 옵션의 투기성 거래를 줄이기 위해 코스피200 옵션 거래승수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면서부터다. 거래 승수는 한 계약 단위를 말하는데 가격이 5배나 뛰면서 투자자들의 거래 부담이 커진 것이다.
개선 조짐은 있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코스피200 선물·옵션 거래승수를 기존 5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하했다. 하지만, 미국 S&P가 계약당 250달러(27만원), 유럽 유로스탁스50이 10유로(1만2000원), 일본 닛케이225가 1000엔(1만1000원), 홍콩 HSI가 50달러(7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또 일반 개인이 선물이나 옵션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3000만~5000만원의 기본예탁금이 필요한 것도 시장참여가 줄어든 원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외국의 경우 기본예탁금으로 투자자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경우는 없다며 기본예탁금이 타당한 제도인지 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이형기 금융투자협회 박사는 "증권사나 선물사에 고객 투자 결정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투자자에게 진입 규제를 두는 것은 시장 발전에 적절하지 않다"며 "소액개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진입규제 보다는 해외선진국과 같이 업계의 위험관리와 투자자 편의 개선을 우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국내 현물시장이 아시아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데, 파생상품과 시장이 양축으로 돌아가야 현물시장이 더 클 수 있다"며 "시장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시장관계자,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성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연구원도 "파생거래 자체를 줄이고 참여자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판매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파생상품시장의 상장과 폐지 절차도 좀 더 유연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작년말 파생상품시장 경쟁력 제고 방안 이후 거래승수를 25만원으로 낮추고 자신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에 한해 기본예탁금을 면제하는 '헤지 전용계좌'를 도입하는 등 진입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는 모양새지만 아직 시장 기대에는 못미친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시장은 크게 위축돼 있어 아직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시장에 접근하는 경계심을 대폭 낮추는 게 급선무인 만큼 진입규제 완화는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