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으로 관련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오너의 무분별한 경영권 행사를 막고 소액주주들의 권리행사를 돕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시민사회와 학계도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환영한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과세 강화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규제 강화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 방지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 단계적 해소 추진 ▲다중대표소송제·전자투표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추진 ▲연기금 스튜어드십코드 참여 확산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우선 일감몰아주기 금지 등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 강화의 경우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현행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소유비율(상장 20%, 비상장 40%)을 상장 30%, 비상장 50%로 높이는 방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막아 편법적인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기존에는 지주회사를 만들면서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개면 기존 자사주는 그대로 보유하는 동시에 신주를 추가로 배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주에 의결권이 부가돼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었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다.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 1인에게 선임될 이사 숫자만큼의 투표권을 준 뒤 해당 표를 특정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정부는 기금운용평가 때 스튜어드십 코드를 자산운용지침에 반영했는지 평가하는 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를 위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뜻한다. 스튜어십 코드가 정착되면 상대적으로 소규모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져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소액주주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그간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보유해 온 오너일가의 전횡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의미"라며 "지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에서와 같이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면서도 경영권을 보유하려는 기존 기업문화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위 연구위원은 소액주주운동이 경영권 분쟁을 유발해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킨다는 일부 재계의 주장도 일축했다. 그는 "이미 5%룰과 같은 기업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많이 있다"며 "과거 황제식 경영으로 과도하게 경영권을 휘두른 기업 오너들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면 기업가치는 더욱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법 개정을 비롯해 소액주주의 권리 행사를 보다 수월하게 바꾸는 법 개정이 앞으로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남석 중앙대 교수도 정부의 경제민주화 방향이 소액주주운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이 교수는 "장하성 교수와 김상조 교수가 새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발탁되면서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며 "그간 주식회사로 주주의 견제 없이 수년간 회사를 운영해온 오너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소액주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방향이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보다 실질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최근 소액주주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시민단체의 운동이나 개인적인 노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제약이 있다"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관련 제도가 더욱 면밀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도를 도입한다고 소액주주들이 활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송 비용 등을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제도를 마련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여전히 정부에 국한돼 있다보니 정부의 권한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향후에는 공정한 제도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자유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7월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