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1. 지난 14일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이 열린 서울광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0·남)씨는 아르바이트 교육을 마치고 개막식에 참가했다. 김씨는 학교 친구들이 고맙다고 했다. 부모님에게는 아직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밝히지 못했지만 학교 친구들 몇 명에게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했다. 그는 “친구들이 (커밍아웃 뒤에도) 평범하게 평소처럼 똑같이 나를 대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2. 교복 차림으로 축제에 온 서모(14)양은 양성애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동성애자인 친구와 같이 왔다. 서양은 “퀴어문화축제에 와보니 노래도 있고 재밌다”며 웃었다. 그는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사회는 부정적인 관점으로 보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국내 성소수자들을 위한 퀴어문화축제가 서울시청 앞 광장을 달궜다. 장맛비도 이들의 열기를 식힐 수 없었다. 성소수자는 사회적 다수인 이성애자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레즈비언·게이·트렌스젠더·양성애자 등을 포함한다.
1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이 열렸다. 사진/이우찬 기자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지난 14일 오후 7시30분 서울광장에서 ‘퀴어 야행(夜行), 한여름 밤의 유혹’을 주제로 개막식을 열었다. 15일에는 퀴어 퍼레이드로 도심이 무지개 색으로 뒤덮였다. 무지개 색 깃발·우산 등이 거리를 물들였다. 무지개 색은 다양성의 상징인 성소수자들을 의미한다. 올해 18회째를 맞는 퀴어문화축제 주제는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였다. 동성애 결혼을 ‘지금’ 합법화하고, 군대 내 동성애 처벌 금지를 ‘지금’하자는 주장이다.
서양인 옆에 나란히 앉아있던 친구 최모(14)양은 자신을 팬섹슈얼(pansexua)이라고 규정했다. 팬섹슈얼은 범성애자를 의미하는데, 최양은 “남자를 빼고 모두 사랑하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최양은 “올해 처음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했다. 그냥 즐기러 왔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한테만 커밍아웃했는데 괜찮다고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에는 숨기고 있다. 아직 인식이 별로 좋지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최양은 “어른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위험한 것도 아니고, 잘못한 것도 아니다. 찬성·반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인 내국인만의 축제는 아니었다. 개막식에는 캐나다·핀란드·독일 등 15개국 대사관 관계자들도 참가해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캐나다 대사관 관계자는 “다양성과 포용은 미래 번영을 위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독일 대사관 관계자가 동성 결혼 합법화 소식을 전하자 성소수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독일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동성애자 결혼을 합법화한 23번째 나라가 됐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출발한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을지로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인 김희진 서울시 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기본적 권리다. 그 권리를 쟁취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성소수자들을 응원했다.
젊은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결혼 2년차인 직장인 김현중(30)씨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민주주의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아이 둘을 키우며 일하는 직장인 이인선(34)씨는 “존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성소수자들도 누군가를 사랑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성수자들을 혐오하고 죄악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중앙 무대였던 서울광장이 천막 가리개로 둘러싸인 이유도 그렇다. 성소자들을 반대하는 측과 퀴어문화축제를 즐기는 측 사이에 발생할지 모르는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곳곳에는 경찰력이 배치됐다. 서울광장 주변에는 ‘시청의 음란퀴어는 청소년 에이즈 폭증의 원흉이다’, ‘동성애는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고 가정을 파괴한다’가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다행히 주말 동안 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사이에 큰 충돌은 없었다.
무엇부터 바뀌어야 할까. 대학생 김씨는 “사람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에이즈를 옮긴다든지 사실도 아니고, 확실한 논리도 없는 주장을 하는 어른들이 있다”며 “피해주는 것도 없다. 우리도 국민이다.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출발한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을지로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