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국회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에 대한 동의 여부 결정을 미루면서 헌법재판소장 공백상태가 18일 현재 132일 째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9인 완편 체제의 헌재구성도 한 명이 부족한 8인체제로 넉달 째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 정쟁으로 국가 핵심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 구성 공백의 장기화가 계속 되풀이 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틀간의 인사청문회가 종료된 지난 9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 결정을 시도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여야 간사단은 3일 후인 지난 12일 여야 간사단 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역시 자유한국당의 불참으로 시도조차 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이 문제 삼은 것은 김 후보자가 헌재 재판관으로 있으면서 내린 소수의견들 때문이었다. 야당은 특히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반대의견을 낸 것을 두고 김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부적격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과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자질논란이 이어지면서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임명이 국회가 절차를 밟지 않아 장기간 지연된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2011년 6월28일 인사청문회를 마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국회가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은 채로 8개월이나 끌다가 결국 2012년 2월9일 부결시키는 바람에 임명되지 못했다.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조 후보자의 대북관을 문제 삼았다.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서 조 후보자의 부결에 대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한숨이 나온다"며 비판했다.
이보다 앞선 2006년 참여정부 때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전효숙 헌법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야당이 소장 임기 등을 문제 삼아 임명 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은 결과 3개월만에 임명을 철회한 적이 있다.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은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때문에 국회가 헌법기관인 이들의 임명을 정치적 담보물로 이용하면서 헌재나 대법원 기능을 침해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헌법상 필수적인 동의사항이기 때문에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최소한 임명동의 여부만이라도 청문회 종료 즉시 결정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황도수 건국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소장이나 재판관,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다른 인사청문회와 성격이 다르다. 청문회가 끝났으면 가부를 빨리 의결해야 한다”며 “더 조사할 사항이 있으면 조사에 필요한 시간을 요청해야지 인사청문회를 끝내놓고 임명동의에 대한 가부 결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재소장 임명에 대한)주도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회의 불합리하고 무모한 반대 때문에 파행되고 있다면 국회도 책임이 크다”며 “전문성이나 청렴성 등 업무수행에 큰 문제가 없다면 임명에 동의해야 한다. 견제를 해야지, 주관적 잣대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관계자들이 회의장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