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황금 배당주'로 꼽히는 에쓰오일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주주들에게 7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에쓰오일 배당금이 7000억원을 넘긴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 10일 보통주 1주당 5700원, 종류주 1주당 5725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시가배당율은 보통주는 6.7%이며, 종류주는 10%에 달했다. 지난해 지급한 중간배당금(1주당 500원)을 포함하면 연간 총 배당금은 보통주 1주당 6200원, 종류주 1주당 6225원으로 배당금 총액은 7219억원이다. 이는 에쓰오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1조2622억원)의 절반(57.2%)을 넘는 규모다.
에쓰오일은 지난 2007년 1주당 보통주 1만3425원, 우선주 1만3450원 등 총 1조2976억원을 배당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당시 배당성향은 173.8%에 달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한 데다,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자금조달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어 고배당을 실시하게 됐다"며 "실적과 투자 여력을 고려하는 배당 원칙은 올해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현재 울산에 2018년 완공을 목표로 'RUC·ODC(잔사유고도화 및 올레핀다운스트림콤플렉스)'를 건설 중이다. 5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자금조달 계획을 안정적으로 세워뒀기 때문에 배당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모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아시아지역 인수합병(M&A) 자금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진 것도 고배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는 63.4% 지분을 보유한 아람코다. 외국기업이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은 배당률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시중은행의 6개월 정기예금 금리가 1% 초반인 것과 비교하면 고배당주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배당 소식에 힘 입어 이날 에쓰오일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600원(6.43%) 오른 9만2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 보통주 1주당 6400원, 종류주 1주당 6450원 등 5965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벌총수 등 소유주들이 현금 확보를 통한 관계사 지원이나 경영권 승계 등의 필요성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배당 욕구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울산에 있는 에쓰오일의 제2 아로마틱스 컴플렉스 전경. 사진/에쓰오일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