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노골화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유업계는 무풍지대로 분류되면서 1분기 실적도 순항을 예고했다.
12일 국내 14개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업계 '맏형'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매출액 11조4336억원, 영업이익 7718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전년 동기(8448억원) 및 전분기(8494억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1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견조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에쓰오일은 1분기 42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이 역시 전년 동기(4918억원) 대비 약 14% 감소한 수치지만, 본격적인 '드라이빙 시즌'을 앞둔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해의 경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등의 여파로 연초 25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연말 52달러 수준으로 상승하며 정유사들에게 유례 없는 재고평가이익을 안겨다줬다. 올 들어 지난해와 달리 52~55달러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 재고평가이익은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안정적 운영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유통비 등을 뺀 것)도 7달러대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업계에서 보는 손익분기점이 4~4.5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양호한 상황이다. 또 정유사들에게 본업만큼 중요해진 화학부문의 실적도 올해 BTX(벤젠·톨루엔·자일렌) 제품의 시황 개선으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익성이 기대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대부분 지난해 대규모 정기보수를 완료해 올해 판매물량 면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산 화학제품을 쓰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들이 타격을 입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변수가 따를 수 있지만 당장 사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