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은 1980년 5·18일 광주민주화 운동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옛 전남도청 바로 옆에 있어 시민군과 계엄군이 정면으로 대치했던 탓이다. 수많은 시민군이 목숨을 잃었던 이곳에선 최근 계엄군 헬기가 기관총을 쏜 흔적도 발견됐다.
"이런 디를 오는 정치인이 있네. 신기한 일이여", "다 이맘때면 어떻게 해보겠다고 하는거제, 그라도 뭔가 달라보이네잉". 뒷짐을 지고 삐딱하게 바라봤지만 놀랍다는 말투였다. 전일빌딩을 찾은 이재명 성남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시장은 지난달 27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시작한 호남 방문 첫날, 당 관련 행사와 호남행 일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 뒤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바로 전일빌딩이었다. 5·18 운동 재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전남도청에 남은 기총소사 흔적을 보존하고자 농성 중인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2월27일 오전 이재명 성남시장이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을 찾아 5·18 광주민주화 운동 재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이 시장과 선거 캠프는 최근 조바심이 났다. 지난달부터 경선 선거인단이 모집되고 있고, 경선 후보토론도 목전에 있다. 이달 중순에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여부가 결정돼 조기대선의 막이 오르지만, 한때 18%까지 치솟던 지지율은 최근 한자릿수까지 떨어진 후 좀체 오를 모양을 보이지 않아서다.
이럴수록 절박해진 이재명 시장이 막바지까지 기댈 곳은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밖에 없다. 실제로 이 시장은 일찍부터 호남을 '정치적 고향'으로 언급하며 적극적 구애를 해왔다. 광주를 시작, 하루 새 전남 무안군에서 광양시와 여수시, 다시 광주까지 전남의 동서를 왕복하는 다소 무리한 일정도 있었다. "예상했지만 너무 강행군이야", "다른 후보들은 단거리로 움직이는데, 이 시장은 너무 힘들어". 이 시장을 동행한 기자들도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급박한 마음에 유력인사들을 중심으로 인물 알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 시장은 호남 민심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늘리는 민심행보와 정책행보를 첫 순위에 뒀다. 앞서 "우클릭한다고 보수가 뽑아주지 않는다, 유능한 진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보수와 진보의 지지를 얻는 방법"이라고 강조한 그였다. 이 말을 달리 바꾼다면, 유능한 진보의 모습을 알리는 이재명을 더욱 알리는 드러내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민심을 선거인단으로 최대한 확보하는 방법이라는 뜻일 테다.
2월27일 저녁 이재명 성남시장이 광주광역시 금남로를 찾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퇴진과 특검연장'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실제로 이 시장이 찾은 광주 금남로 일대와 여수 수산시장 등에서는 "호남의 반문정서를 얘기하는데 그건 언론이 자기 입맛대로 하는 거다. 호남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면 민다"는 얘기들이 대세를 이뤘다.
"무등산 100m 오를 때마다 지지율 10% 오른다". 이 시장은 호남 탐방 마지막 일정으로 무등산 문빈정사를 찾았다. 이곳은 호남 민주세력에게 영향력이 큰 법선스님이 머무는 곳이다. 법선스님은 이 시장에게 "호남은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줄 세우는 관행이 있다, '샤이 이재명'이 많으니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 이 시장이 정책행보와 민심행보의 보람을 느끼게 해줬다.
'손가락혁명군'. 이재명 시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팬클럽의 이름이다. SNS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이 시장이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유와 집단지성의 힘을 강조하며 "손가락으로 혁명하자"고 주장한 데서 착안해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이 시장이 이번 민심탐방을 통해 보여준 모습을 본다면, 팬클럽은 이름을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 손가락 대신 '발바닥혁명군'으로.
1일 오전 이재명 성남시장이 광주광역시 무등산 '노무현 길'을 오르며 시민들을 만났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