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가 31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해 최순실씨와 친분을 통해 대사가 된 사실을 인정했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이날 오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유 대사가 오전에 최씨와 친분에 대해 부인하는 취지로 말했지만 조사가 진행되면서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 추천으로 대사가 된 것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유 대사는 이날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지금도 누가 저를 대사로 추천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최씨가 인사에 개입한 사실을 부인했지만 반나절만에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외교관 경력이 없는 유 대사는 기업인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대사에 임명돼 당시 외교가에서도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특검팀은 유 대사가 최씨와 삼성의 뇌물죄 관련 의혹과 연관성은 적지만
삼성전기(009150) 전무를 지낸 만큼 최씨와 삼성 사이에서 또 다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이날 유 대사는 최씨의 알선수재 혐의 입증을 위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 도중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최씨가 미얀마 공적 개발 원조(ODA) 사업 이권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이날 중으로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현재 ODA 사업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알선수재죄는 사전에 약속만 해도 처벌이 가능해 최씨 혐의 적용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특검팀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청구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재판 일정을 고려해 최씨에 대한 영장을 집행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장소와 시기 등을 놓고 현재 대통령 측과 사전 조율 중이다. 특검팀은 앞서 2월 초순까지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을 마쳐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날 이 특검보는 "대통령이 최근 특정 언론사와의 대담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면조사 일정에 대해서는 조율 중"이라며 "다만 방법과 장소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밝힌 것 처럼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시기는 늦어도 2월초순에는 끝나야 될 것으로 본다"면서 "조사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최씨 딸 정유라씨 학사비리에 연루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은 이날 최씨에 대한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와 최 전 총장이 63빌딩 중식당에서 만난 것을 비롯해 총 3회 정도 만났다"고 진술했다. 이 특검보는 이에 대해 “최 전 총장에 대해서는 최씨와 통화를 여러번 한 것으로 확인을 했고 이번에 추가적인 내용이 나왔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구속영장) 재청구 요소로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최씨 딸 정유라씨의 학사비리에 최 전 총장이 깊이 연루된 혐의(업무방해)와 국조특위 위증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25일 "입학전형과 학사관리에서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나 공모가 있었다는 점에 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유재경(가운데) 주미얀마 대사가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