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집회 누적 참여인원이 1000만명을 돌파했다. 대한민국 전체 국민 중 5명 중 1명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셈이다. 전 세계 역사에서도 유사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규모다. 2016년 병신년을 보내며 대한민국은 헌정사상 길이 남을 민주주의의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016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주최한 제10차 촛불집회에서 오후 9시를 기준으로 서울 90만명, 지방 10만명이 모여 누적인원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9차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 서울 60만명, 지역 10만1800명이 참여했다. 이 때까지 누적인원은 총 892만1800명으로, 서울 708만명, 지역 184만1800명이었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 마지막날인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제10차 주말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 대국민 담화 후 참여인원 급증
지난 10월29일 1차 집회에는 서울에서 3만명이 모였으며, 11월5일 2차 집회에는 20만명으로 급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2차 대국민 담화와 지난해 11월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가 입원치료 중 숨 진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이 기폭제가 됐다. 3차 11월12일에는 서울 100만명이 모였다. 퇴진행동은 3차 집회까지 서울 참여인원만 집계했다. 지방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된 참여인원은 뺀 통계다.
퇴진행동이 전국 공식집계를 시작한 지난 11월19일 4차 집회에는 서울 60만명, 지역 36만명으로 총 96만명이 모였으며, 같은 달 20일 최순실씨가 직권남용 및 강요, 권리행사방해, 사기 미수죄 등으로 구속기소되면서 검찰이 박 대통령 역시 국정농단의 공범이라고 발표한 주의 주말인 11월26일에는 전국적으로 190만명(서울 150만명, 지방 40만명)이 모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같은 달 29일 가진 제3차 담화에서 국정농단 사태가 국가를 위한 일이었고, 최씨의 비리는 자신과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의 진퇴 문제도 국회가 결정하라고 떠밀었다. 국회는 박 대통령이 넘긴 공을 받은 뒤 탄핵발의에 진통을 겪었다. 그 직후 열린 토요 촛불집회 참여인원은 전국 총 232만명(서울 170만명, 지방 62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 12월9일 투표자 299명 중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박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주 주말집회는 전국 총 104만명(서울 80만명, 지방 24만명)이 모였으며, 17일 8차 지회에는 77만명(서울 65만명, 지역 12만명)이 광장으로 나와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경찰 추산 인원도 역대 최대 규모
경찰 추산 인원은 이보다 훨씬 적었지만, 역대 최대 인원이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뒤바뀌지는 않았다. 경찰 추산 누적인원은 164만8500명이다. 집회별로는 서울 기준으로 1차 집회 1만2000명, 2차 4만5000명, 3차 26만명, 4차 17만명, 5차 27만명(지방 6만명), 6차 32만명(지방 10만9000명), 7차 12만명(지방 4만6000명), 8차 6만명(지방 1만7000명), 9차 3만6000명(지방 1만7000명)이다.
#박근혜_즉각퇴진#조기탄핵#적폐청산 송박영신 10차 범국민행동의 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본 집회는 오후 5시30분에 시작됐다. 박 대통령 즉각 퇴진, 황교안 직무대행 사퇴, 세월호 미수습 항의,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일지 폭로, 국정교과서 철회 등에 대한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다음 순서로 뮤지컬 화순팀과 꽃다지가 공연했으며 본 집회 1부 순서가 종료된 오후 8시쯤에는 촛불 소등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 순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벽에는 '박근혜 구속', '조기탄핵',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퇴' 등의 문구가 레이저로 쓰였다. 이후 시민들은 퇴진행동이 1~9차까지 촛불집회를 정리한 영상 ‘촛불 돌아보기’를 관람하며 "박근혜 대통령 없는 새해"라는 인사를 서로 주고받기도 했다.
오후 8시 이후 부터는 ‘송박영신 콘서트’가 열렸다. 가수 전인권씨가 무대에 올라 기타리스트 신대철씨의 반주에 맞춰 '아름다운 강산' 등을 부르면서 집회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아름다운 강산’은 신대철씨의 부친 신중현씨의 곡으로,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금지곡이었다. ‘아름다운 강산’은 유신 헌법이 공포된 1972년 발표됐다. 전씨와 신씨 공연 뒤에는 타카피, 시민과함께하는 뮤지컬 팀, 신나는 섬, 솔가와 이란의 공연이 이어졌으며 ‘문화계 블랙리스트’ 규탄 발언으로 공연을 맺었다.
박정희 정권 금지곡 '아름다운 강산' 메아리쳐
이후 시민들은 청운동과 삼청동 총리공관, 헌법재판소 등 세 곳을 목표로 행진에 나섰다. 청운동에서는 적폐청산특위 발언과 박근혜 체포 감옥, 공범자 처벌 스티커 붙이기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삼청동 총리공관 인근에서는 행진 시민들이 박 터뜨리기, 오방색 풍선 날리기, 황교안 퇴출 스티커 부착 행사를 진행했다. 헌법재판소 인근에서는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비치볼 퍼포먼스가 열렸다. 행사를 끝낸 시민들은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보신각으로 집결했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가 2017 승리를 위한 송구영신 태극기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보수단체도 맞불 집회를 열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으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7차 탄핵반대 송화영태(送火迎太) 태극기 집회' 1부 행사를 개최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송화영태는 '촛불을 보내고 태극기를 맞아들이다'라는 뜻이다.
주최 측이 발표한 이날 집회 참여인원은 140만명이며, 올해 마지막 집회인 만큼 전국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상경해 연합집회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기국은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집회 본 집회가 시작되는 때인 오후 5시쯤 8만8000여명이 박 대통령 지지 집회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탄기국은 촛불에 맞대응해 태극기와 태극기 배지를 제작해 참여자들에게 무료 배부했으며 “억지 탄핵 원천무효”, “속지마라 거짓선동”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도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발언대에 올라 "태극기 물결이 훨씬 거대하게 물결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반드시 탄핵은 기각될 것"이라며 "다 같이 힘을 내서 탄핵이 기각되도록 하자"고 외쳐 참여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김진태·정미홍 맞불집회 연사로 나서
탄기국은 1부 집회를 마치고 소공로에서 JTBC사옥 앞까지 거리행진에 나섰다. 주최 측은 호루라기를 이용해 "탄핵무효", "탄핵기각" 등의 구호를 리드했다. 행진을 마친 뒤에는 다시 대한문으로 집결해 오후 5시30분부터 2부 집회를 진행했다. 2부 집회에서는 촛불집회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가 발언대에 올라 “거리에 몰려 나온 촛불세력의 아우성에 대통령이 물러나게 되면 촛불을 주도한 종북세력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게 아니냐”며 “태극기 집회가 더욱 커져서 우리의 목소리를 크게 내야한다. 악쓰면 다 되는 떼법 세상인 대한민국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도 "국민들이 이제까지 언론에 속았다"며 "그러나 일부 깨어있는 국민들로 인해 진실을 찾아가고 있다"고 보수단체 집회를 평가했다.
한편, 경찰은 230개부대 1만8400명을 투입해 집회·시위 질서 유지에 나섰으며 양측 집회 세력간 충돌 가능성을 예의 주시했다. ‘촛불집회’ 시민들과 ‘태극기집회’ 시민들 모두 자정에 시작되는 타종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보신각으로 모이면서 충돌 우려가 있었으나 이렇다 할 사건·사고 없이 양 집회 모두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