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외신들이 한국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한류 열풍이 세계를 강타하면서 국내의 큰 이슈는 외신에서도 톱이슈로 다뤄지곤 한다.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자랑스러운 이슈가 외신에 오르며 뿌듯할 때도 있지만 때론 다루지 않았으면 하는 부끄러운 치부도 외신의 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외신은 자국민을 주요 독자로 삼고 있는 만큼 같은 이슈도 우리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때가 많으며 때론 더욱 객관적인 제3자의 시각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같은 이슈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길 희망하며 다양한 국내 이슈들을 외신을 통해 들여다본다.
최근 외신에 또 다시 대한항공이 등장했다. 대한항공은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땅콩 사건(nut rage)으로 외신에 엄청나게 이름을 오르내리며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 이러한 대한항공이 최근 미국 톱스타가 연류된 기내 난동 사건 뿐 아니라 조종사들의 파업으로 또 다시 외신의 주목을 받게 됐다.
리차드 막스가 제압한 기내 난동 사건, 각국 외신들 보도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 KE380편 프레스티지석에서 만취 상태였던 30대 한국인 남성 승객 임모씨가 만취상태로 난동을 피우고 승무원을 폭행하며 침까지 뱉었다. 이 사건이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외신들에 큰 관심을 받았는데 바로 우연히도 이 비행기에 함께 탑승했던 탑스타 리차드 막스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이 사건을 알렸기 때문이다.
CNN, NBC, 폭스뉴스, 영국의 BBC, 텔레그래프, 그리고 가디언까지 모두 이 뉴스를 보도했다. 가디언은 '리차드 막스가 비행기에서 한 남성을 제압하는 것을 도왔고 크루 멤버들을 비판했다'는 제목으로 사건을 설명했고 BBC뉴스의 경우 '대한항공에서 제멋대로 구는 남성을 리처드 막스가 제압했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했다. 폭스뉴스 역시 같은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했으며 폭스뉴스는 생생한 사진을 함께 보도해서 올리기도 했다. 이 사진에는 승무원들을 노려보며 난동을 피우는 임씨의 모습과 줄을 들고 있는 리처드 막스의 모습 등이 담겨있다. 또한 외신들은 임씨를 '싸이코 승객'이라고 표현했다.
리차드 막스 본인 페이스북에서 대한항공 승무원들 비판
리차드 막스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사진과 함께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모든 여성 승무원들이 이 사이코를 어떻게 저지해야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교육도 받지 않았다"며 대한항공의 미숙한 대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아내 푸엔테스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 후 "어떤 승무원도 상황에 대비하지 못했고 난동 고객을 통제하지 못했으며 비행시간 내내 무서웠다"고 글을 올렸다. 이 글들이 외신을 통해서 보도가 됐으며 BBC는 이사건을 접한 네티즌이 리처드 막스의 용감한 행동을 칭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에 네티즌들 사이에서 자신의 행동을 칭찬하는 기사가 나오자 또 다른 페이스북 포스트를 통해서 "나는 영웅이 아니다, 누구나 나와 같은 상황이였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다" 라는 두번째 글을 올렸다.
더스트레이츠타임 '난동 승객 재계 거물 아들'
일부 외신들은 이번 기내 난동 사건의 주인공이 재벌2세라는 점에 주목했다. 싱가포르의 주요 언론사인 더스트레이츠타임은 '난동을 피운 대한항공 승객이 재계 거물 아들이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임씨가 두정물산 임병선 회장의 아들이라고 공개를 하며 두정물산이 화장품 용품을 제조해 샤넬과 랑콤 아르마니 등 글로벌 기업들에게 납품을 하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또한 한국어 단어인 재벌(chaebol)을 영어로 적으며 임씨가 재벌2세라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대한항공 조종사들 11년 만에 파업"
기내 난동 사건 뿐 아니라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파업 역시 외신에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으로 아시아와 중동 노선에 차질 생길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22일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WSJ은 대한항공의 조종사들이 11년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나섰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파업으로 인해서 국내와 해외로 가는 최대 150편의 비행편이 취소될 것으로 보이면서 여객기 뿐 아니라 화물기 역시 파업 기간에 취소돼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노조가 “파업이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회사가 제안한 임금인상방안이 너무 미흡했다”라는 발언을 전하면서 1년 내내 이뤄졌었던 임금 협상이 결국 결렬되면서 파업을 맞게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WSJ은 중국 항공사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의 조종사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일자리를 제안하면서 파업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됀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실제로 WSJ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항공사로 이직한 조종사는 120명 이상으로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7배나 늘어난 수치다. 이렇게 중국으로 이직하는 조종사들이 늘어나면서 대한항공에 머무르는 조종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