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이종용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조성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10조원 규모로 결정했다. 금융업권 및 금융회사별 펀드 출자금액은 총 자산기준으로 할당했다. 은행권이 가장 많은 규모를 출자하며, 그 다음으로 보험, 증권업권 순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사 등 각 금융회사에 채권시장안정펀드 출자 비율과 예정금액을 명시한 공문을 담당자 메일로 발송했다. 총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로 각 금융회사별 출자금액을 할당한 것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도입된 것으로, 90개 시중 금융회사가 협약을 맺어 펀드 규모를 약정한 뒤 필요할 때마다 이 펀드를 통해 회사채 등을 사들여 채권 가격을 안정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번에 조성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는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총 10조원 규모로 책정됐으며, 금융업권별 출자금 할당률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총 자산규모 기준을 적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 조성된 채권시장안정펀드 출자율이 그대로 적용됐다"며 "금융당국이 필요시 곧바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업무협약 등 준비를 연내 마무리하기 위해 서두른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선 산업은행이 채권시장안정펀드에 2조원(20%)을 출자한다. 이어 산업은행을 제외한 은행, 보험, 증권업권 등 금융권역별 자산비중에 따라 출자금을 할당했다.
산은을 제외한 은행권에서 4조7000억원(47.2%), 생명보험 1조8000억원(17.8%), 손해보험 5700억원(5.7%), 증권사(9.3%)에서 9300억원을 출자하게 된다. 해당 업권 내에서도 금융사의 운용자산별로 출자액이 배분된다.
정부가 8년여 만에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재가동하는 것은 금리 상승 영향으로 채권과 대출금리 급등세가 더 빨라지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급속히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재정정책이 구체화되면 국내 금리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앞서 이달 초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 운용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 언제든지 즉시 가동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은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펀드에 출자하는 금융사의 유동성 지원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8년 펀드가 조성될 때 금융권과 한은은 절반씩 분담하는 형태로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하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채권안정펀드 재가동 가능성에 대해 금융기관이 재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펀드 조성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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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실·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