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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대자연을 통해 현대의 삶을 비추다
영국 양치기가 보낸 편지|제임스 리뱅크스 지음|이수경 옮김|북폴리오 펴냄
입력 : 2016-10-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수천년 동안 양치기들이 삶의 터전을 일궈왔던 작은 마을이 있다. 광활한 목초지에서 양떼를 몰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배워온 곳이자 자연의 섭리에 따른 삶을 사는 곳. 그곳은 바로 세계적인 대문호 윌리엄 워즈워스가 “아름다운 왕국”이라 칭한 영국 북부의 레이크 디스트릭트다.
 
‘영국 양치기의 편지’에는 실제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양치기 제임스 리뱅크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양들을 돌보며 살아온 그는 자신의 성장기를 되짚어 보며 이 시대 진정한 삶의 가치에 물음을 던진다.
 
책은 1987년 리뱅크스가 13살 때 선생님과 충돌했던 경험을 회상하는데서 시작한다. 선생님은 “세상이 알아주는 직업적 성취”를 얻어야 가치 있는 삶이라고 가르치지만 그는 그 시각에 반감을 품는다. 양치기로서 존경해왔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땀방울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970년대부터 현재를 관통하는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며 선생님의 강요된 시각이 결코 정답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나간다.
 
그의 유년기 시절엔 언제나 할아버지가 곁에 있었다. “우리 두 대장이 나서야지”라고 외치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따라가면서 노련한 양치기 기술과 지식, 인생의 올바른 가치관을 배워나갔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사망한 후 인생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목장의 경제적 여건이 나빠지고 아버지와의 갈등은 깊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20대 초반 아버지 소유의 목장을 잠시 떠나 자신이 그토록 경계했던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뒤늦은 공부로 옥스퍼드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그러나 새로운 삶에선 큰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 명문대를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불편했고 자신만의 관점이 없는 동료들에게서 배울 점은 별로 없었다. 끝내 학업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책 말미엔 다시 양치기에 집중하는 삶이 그려진다. 암이 발병한 아버지 대신 목장일을 도맡아 한다. 경매에 나가 좋은 양을 사들이고 건초를 모아 겨울을 준비한다. 구제역이나 혹독한 추위에 양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위기도 겪는다. 하지만 봄이 오면 다시 양들의 출산을 돕고 접종을 한다. 슬픔과 기쁨이 반복되는 자연의 순환 과정, 그 속에서 되찾은 자신의 삶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고약한 날씨가 가끔 괴롭히기는 해도 그런 날들조차 도시에서 맛볼 수 없는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제임스 리뱅크스. 그는 지금도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 8만여명의 사람들과 양을 치는 자신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대자연이 가르쳐 준 교훈을 담아낸 이 책은 꿈을 잃은 채 맹목적으로 성공만 좇아가는 현대인들에 경종을 울림과 동시에 암묵적 성찰을 제안한다.
 
책 '영국 양치기의 편지'. 사진/북폴리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권익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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