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회계법인이 기업의 분식회계(회계사기)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탓에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더라도 회계법인의 책임을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 경영진과 같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제일저축은행에 투자했다가 피해르 본 정모(62) 씨와 김모(58) 씨가 신한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손해액의 50%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피고가 적절하지 않은 방법으로 제일저축은행의 소액대출권의 실재성 여부를 판단해 분식회계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채 허위의 내용이 기재된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감사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그렇더라도 횡령·부실대출, 분식행위 등 직접적으로 고의의 범죄행위를 저지른 기업 경영진과는 책임 발생근거나 성질이 다르다”며 “피고의 회계감사 이후로도 계속 진행된 경영진의 횡령과 부실 대출 등의 범죄행위가 원고들의 손해 확대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렇다면 피고가 그 부분 손해까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배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에 반하는 것으로, 원심이 피고 책임을 경영진과 같이 50%로 정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춰 불합리하다”고 판시했다.
정씨 등은 2011년 제일저축은행 주식을 매입했으나 유동천 회장 등 경영진 비리가 드러나면서 한국거래소가 제일저축은행을 상장 폐지하자 유 회장 등 경영진을 상대로 정씨는 5600만원, 김씨는 7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정씨 등은 또 자신들이 손해를 입은 것은 부실감사로 제일저축은행 경영진의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한 신한회계법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아울러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유 회장 등 경영진에게 정씨 등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인정했지만 주식 매입 당시 제일저축은행의 재무상태가 건실하지 못하다는 점이 어느 정도 일반에 알려졌다는 점을 들어 배상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신한회계법인에 대해서도 부실감사의무 책임을 물어 경영진과 똑같은 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신한회계법인이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