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아동학대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 아동이 성인이 된 날부터 공소시효가 진행한다'고 규정한 아동학대처벌법 34조 1항은, 시행일 당시 끝났지만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시행 전의 아동학대 범죄까지 소급해 적용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두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정모(44·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번 사건은 아동학대처벌법 34조 1항 시행일 이전에 발생했지만 공소시효가 남은 아동학대범죄에 대해서도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이런 경우에도 아동학대처벌법 34조 1항을 적용하는지 여부에 대해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 부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졌다.
재판부는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범죄로부터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공소시효 정지에 관한 규정 역시 피해아동이 성년에 이르기 전에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그 진행을 정지시킴으로써 보호자로부터 피해를 입은 아동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려는 데 취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런 취지를 고려하면 비록 아동학대처벌법이 공소시효 정지 규정의 소급적용에 관해 명시적인 경과규정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시행일 당시 범죄행위가 종료됐으나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아동학대범죄도 공소시효 정지 규정이 적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 아동이 아직 성년에 달하지 않아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면소사유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와 다른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열 살, 열 한 살짜리 두 딸을 특별한 이유 없이 두 달 넘게 학교에 보내지 않는가 하면 여덟살 때 동생 분유를 몰래 먹었다고 의심하면서 옷걸이와 손으로 심하게 폭행했다. 또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한다는 이유로 남편더러 아이를 버리고 오라고 하거나, 기흉증이 있어 괴로워 하는 아이에게 병원비가 많이 든다며 “그냥 죽어라, 유서 써놔라”라고 하는 등 정서적으로 심하게 학대했다.
결국 정씨는 지난해 10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은 정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정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1심과 같이 징역 10월을 선고하면서, 2008년 8~9월 사이 범행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했다. 이에 정씨와 검사 쌍방이 상고했다.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