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기록적인 폭염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독서다. 하지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옛말은 이제 낯설게 느껴진다. 한국은 어느덧 책 안 읽는 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서적구입비는 1만6623원이다. 전년인 2014년의 1만8154원보다 1531원(8.4%) 줄었다.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5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하면 무려 24.1%나 감소했다. 물론 가구의 소득은 계속 증가추세다. 지난해 2인이상 전국 가구의 월 평균 전체 가구소득은 2010년에 비해 20.4%가 늘었다. 소득이 증가했지만 오히려 책을 사는데는 더욱 인색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5년 신간 단행본의 평균 정가가 1만7916원으로 이를 감안하면 한국인들은 한달에 채 1권의 책도 구입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나마도 교과서 및 학습참고서와 학습지가 출판 매출의 60%를 차지했다. 출판유통사업체 매출 전체의 19%는 일반단행본, 기타 전집 14%, 학술·전문서 5%, 아동도서 3% 순으로 뒤를 이었다.
책을 사보지 않는 이유는 경기가 어렵다보니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가장 먼저 '안사도 그만'인 서적 구입비를 줄인것으로 분석된다. 또 스마트폰 등 여가시간을 채워줄 대체품들이 더욱 늘어난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다.
사진/뉴시스
사실 한국인의 여가시간도 크게 줄었다. 통계청의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상'에 따르면 2014년 기준 10세 이상 국민의 여가시간은 4시간49분이다. 지난 2004년 이후 매년 줄어들고 있다.
한국인이 여가 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은 TV 시청으로 하루 평균 1시간55분이었다. 전체 여가의 절반을 TV 시청에 사용한다. 독서 시간은 평일 기준 6분에 불과했다. 한국 국민 가운데 하루에 10분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은 100명 가운데 1명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책을 사지 않으니 당연히 독서량도 줄어들고 있다.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종이책 독서율은 2011년과 2013년까지는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지난해부터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2010년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10.8권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0권 아래인 9.1권으로 내려갔다.
이 같이 독서량이 줄다보니 서점들의 입지도 크게 줄었다. 흔히 볼 수 있던 동네 서점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2015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책을 한권이라도 판매한 적이 있는, 즉 영업 중인 오프라인 서점은 1756개로 전년에 비해 25.4%가 줄었다.
온라인 판매량도 상황은 비슷하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을 살펴보면 2015년 서적류 온라인쇼핑거래액은 1조1509억원으로 전년의 1조2804억원보다 10.1% 줄었다.
출판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4년 신고된 전체 출판사는 4만2698개였지만 매출이 발생한 곳은 3614개에 불과했다.
심리적으로 수입은 그대로인데 지출은 늘어나면서 책을 사는 것은 '사치'라는 인식까지 생겼다. 게다가 책을 사더라도 읽을 시간과 여유가 없는 한국 사회. 가을이 다가오면서 '마음의 양식'이 줄어가는 한국인들이 보다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