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당국이 성과주의 확대, 빅데이터 활용 등 '금융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손대고 있는 관련 법 시행령이 잇달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상위 법(모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 조항을 시행령에 억지로 끼워넣는가 하면 모법을 바꾸는 대신에 하위 법(시행령)만 고쳐놔 금융사들이 법 위반을 우려해 금융개혁에 동참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여소야대의 정국 속에서 금융개혁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자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에서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 지배구조법) 시행령과 관련해 혼선을 빚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금융사 지배구조법이 지난달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대주주 적격심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금융사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이 시행령에 금융사 전체 임직원에 대해 성과보수 체계를 의무화하는 시행령이 들어가 문제가 되고 있다.
당초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2조는 금융회사의 보수위원회와 보수체계를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직원’의 경우 일정비율 이상의 보수를 성과에 연동해 일정기간 이상 이연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번에 개정된 시행령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직원’을 ‘임원 및 직원’(최하위직급,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제외)으로 규정했다. 성과보수 체계 의무화 대상이 전체 임직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사에도 성과연봉제를 강제로 이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9개 금융 공기관들은 노조와의 합의가 어렵다고 보고 의사회 의결을 통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확대해석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행령이 금융회사에 성과주의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맞지만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며 "금융사 자체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간 은행들은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상태로, 결국 성과연봉제 범위를 확대하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민간 차원의 성과주의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노사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금융당국이 고심끝에 내놓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빅데이터 활용의 경우 개인정보법 등 상위법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시행령만 우회적으로 손을 대면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위는 금융산업의 빅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개인신용정보와 비식별(특정인을 구분할 수 없도록 가공된) 정보를 구분해 개인의 동의가 없어도, 금융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해 왔다.
이에 지난 6월 30일 비식별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담은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사전검토-비식별조치-적정성 평가-사후관리로 이어지는 과정만 개인정보보호법과 무관하게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권해석 차원의 비식별 정보 가이드라인은 법적 효력이 없어 기업이 실제로 비식별 정보를 활용하는 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금융사로부터 고객 신용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는데 영업 기밀 유출 우려나 개인정보법 등 관련 법 위반을 우려해 극도로 제한된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통계나 연구 목적에서의 범용 수치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지난달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신용정보(신용정보)의 개념을 명확해 했지만, 비실별화 된 정보의 활용을 통계나 학술 목적 등의 정보활용에만 제한하고 있어 사업성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식별 가이드라인은 행안부가 주관하고 있는 사안이라 비식별 정보의 범위와 활용을 금융의 시각에서 규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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