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석현준(25·FC포르투)이 터키 무대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커졌다. 유난히 팀을 자주 바꾸는 선수를 일컫는 '저니맨'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지만, 그라운드에 나서기 위한 자구책이란 걸 생각하면 긍정적인 일이다.
터키 수페르리가(1부리그) 트라브존스포르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홈페이지에 "석현준과 협상이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석현준을 데려오기 위해 이미 네브자트 아이딘 트라브존스포르 부회장이 포르투갈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브존스포르는 아직 협상이 확정되기도 전에 공식 발표를 하며 석현준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썬 완전 이적보다는 임대가 유력하다.
석현준에게 터키행은 다시 원점에서 시작한다는 의미다. 불과 7개월 전인 지난 1월 석현준은 비토리아 세투발(포르투갈)을 떠나 이적료 150만유로(약 18억7000만원)에 포르투갈 명문 포르투로 자리를 옮겼다. 유럽 내에서도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를 키워 빅리그에 되파는 '장사꾼'으로 유명한 포르투였기에 앞으로 석현준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케 했다. 하지만 석현준은 9경기 1골에 그쳤고 시즌 막판엔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결국,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슈테아우어 부쿠레슈티(루마니아), 갈라타사라이(터키) 등 꾸준히 이적설이 흘러나왔고 이제 방점을 찍을 일만 남았다. 그가 그쳐간 곳만 아약스(네덜란드·2009~2011년), 흐로닝언(네덜란드·2011~2013), 마리티모(포르투갈·2013), 알 알리(사우디아라비아·2013~2014), 나시오날(포르투갈·2014~2015), 세투발(2015~2016), 포르투(2016)에 이른다. 협의가 완료되면 트라브존스포르는 8번째 팀이 된다. 산술적으로 지난 2010년 프로에 데뷔해 7년 동안 거의 매년 팀을 바꿨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적 자체를 나쁘게 볼 순 없다. 그간 석현준은 6개월간 사우디 생활을 제외하곤 대부분 돈이 목적이 아니라 더 많이 뛰기 위해 팀을 옮겼다. 특히 그에겐 첫 프로 데뷔 팀이었던 아약스 시절인 2010~2011시즌 경쟁에서 밀리며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아픔이 있다. 이후 주전에서 밀릴 때마다 의미 없이 경쟁을 펼치는 것보다 이적으로 난국을 헤쳐나갔다.
석현준 외에 지난 시즌부터 '한국인 유럽파' 이청용(28·크리스탈 팰리스), 박주호(29·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김진수(24·호펜하임)도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며 시련을 겪고 있다. 부족한 실전 감각 탓에 지난 6월 국가 대표팀 소집에서도 제외됐다. 이들은 팀에 남아 반전을 노리지만 전망은 어둡다. 잔류보단 팀을 바꾸는 게 살 길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팀 내 입지가 좁은 석현준 역시 이들처럼 올 시즌 장래가 밝지 않다. 다른 게 있다면 타 선수와 달리 현 상황을 냉정히 보고 적극적으로 이적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이다. 그간 앞다퉈 중국, 중동에 진출한 다른 한국 선수와 달리 혈혈단신 유럽행을 택하며 자기 길을 간 석현준이다. 그의 잦은 이적 역시 유럽에서 반드시 살아남으려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라 볼 수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석현준이 트라브존스포르로 임대 이적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위해 브라질 출국 전 인터뷰하는 장면.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