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진경준 검사장 사건', '평검사 자살 사건' 등 최근 여러 사태로 논란에 휩싸인 검찰이 지난 29일 김주현 대검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대대적인 조직 개혁에 나섰다. 개혁추진단은 청렴, 바람직한 조직문화 육성, 검사실 업무합리화, 바르고 효율적인 검찰제도 정립을 목표로 한 4개 TF로 구성돼 있다. 각 TF팀장은 일선 고검장과 대검 감찰본부장이 맡았다.
개혁추진단은 검찰 자체 개혁 추진 외에 검찰미래발전위원회(위원장 정갑영 전 연세대총장), 형사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손동권 건국대교수) 등으로부터 국민여론과 사회 각계 의견 들어 검찰개혁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의 자정적 개혁 의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평가를 하면서도 ‘내부 액션’에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검찰 조직 문화 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대통령이나 국회 등을 중심으로 ‘외부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제기됐다. 참여정부 때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검사들과 공개대화에 나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넘어오면서 대선후보들은 하나같이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과제로 내세웠다. 상설특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대안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이때다.
그러나 여러 정쟁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우려 등으로 모두 무산됐다. 때문에 그동안의 검찰 개혁은 ‘내부로부터의 개혁’ 작업이 이뤄져왔다. 대부분 구호에 그쳤으나 채동욱 검찰총장 취임과 함께 2013년 4월 출범한 검찰개혁심의위원회(검개위)가 대표적인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검개위 출범 당시 검찰의 상황도 지금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2년 검란과 함께 '뇌물검사', '성추문 검사' 사건 등으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당시 정종섭 서울대 교수가 초대 위원장을 맡았으며 학계와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인사 등 10명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와 '내곡동 사저의혹 특검'을 맡았던 이광범 변호사 등 대부분 ‘반 검찰’ 성향이 강한 인사들이었다. 위원들 중 검찰출신은 단 1명뿐이었다. 1기 검개위는 활발히 움직이면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냈다. 대검 중앙수사부 제도를 폐지, 검사장급 보직 축소와 법무부 파견검사 감축, 전문검사제 도입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검개위는 2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채 전 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찍혀나가면서 활동은 급격히 위축됐다. 당시 대검 관계자는 "1기 권고사항 중 마무리되지 못한 과제들을 이행 중"이라며 "현재 인선작업 중인 제2기 위원회에서도 1기 위원회의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의 권고 취지와 뜻을 존중해 검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검개위 2기가 구성됐으나 두세 달에 한번씩 회의를 여는 등 유명무실해졌다.
그나마 1기 활동 종료 8개월 후에는 '검찰미래발전위원회'로 이름도 바뀌었다. 초대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국내 헌법학계 거목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위원 10명이 위촉됐으나 위촉위원 구성면에서도 검개위와는 사뭇달랐다. 당시 위촉위원 중 한명은 "내가 왜 위원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고 전해질 정도였다.
전 대한변호사협회 임원으로 활동한 한 중견 변호사는 "검찰개혁추진단의 특성이나 개혁 목표를 보면 여전히 검찰 조직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외부로부터의 개혁을 방어하기 위한 단발적인 선제적 대응으로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헌법 전공인 서울 내 모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도 "추진단 구성원을 보면 지금 상황과 비교해 기대하던 정도와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며 "국민이 원하는 검찰 개혁은 검찰의 권한을 더 내려 놓는 것인데 그 정도의 개혁이 이뤄질 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개위 1기 위원으로 활동한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구성원에 외부인사가 얼마나 있는지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총장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검개위 1기가 중수부 폐지 등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채 총장이 의지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2013년 5월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개혁심의위원회 5차 회의,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정종섭 검찰개혁심의위원장이 평검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