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박주용·최한영·최용민기자] 취임 8개월을 맞고 있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사퇴 논란에 휩싸였다. 조직 안팎으로 대규모 비리가 터지면서 검찰이 유례없이 흔들리고 있다.
진경준(49·사법연수원 21기) 검사장의 구속 기소와 해임청구, 부하 검사 자살사건과 그를 자살로 몰고 간 현직 부장검사의 해임 청구 등 최근 사태는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 현직 부장급 검사는 정운호(51·구속기소)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지하철 입점 로비 감사 무마를 대가로 거액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조직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내 손꼽히는 특수부 검사였던 홍만표(57·구속기소) 전 검사장까지 정 대표의 브로커로 활동하면서 수억원을 받아 챙기고 15억여원을 탈세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홍 전 검사장은 가족회사를 통한 오피스텔 123채 편법 소유한 혐의도 받고 있다. 땅에 곤두박질 친 검찰의 신뢰를 아예 땅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수사면에서도 리더십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 차례 기각된 국민의당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가 재차 기각되면서 수사와 관련해서도 ‘헛발질 수사’, ‘야당 표적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장 재청구 직후 쏟아진 국민의당의 비판에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정점식)까지 나서 "현재까지 구속된 20대 총선 선거사범 100명 중 혐의가 가장 중하다"고 반박했지만 오히려 국민의당에게 공격의 빌미만 제공했다. 1일 열리는 박준영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기각된다면, 검찰 수사력에 의문까지 제기될 상황이다.
김 총장에 대한 사퇴 요구는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세가 뭉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직 검사장이 있을 수 없는 부정비리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며 "그 지휘선상에 있고, 감독책임이 있는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은 왜 침묵하고 숨어있는가"라며 포문을 열었다.
또 "과거의 법무부장관, 검찰총장은 이보다 더 경미한 사건에도 도의적 책임, 감독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적이 있다"며 "검찰 이미지가 실추하고 검찰개혁이 화두로 오르고 있는 마당에 지휘선상에 있는 검찰총장, 법무장관이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비겁해 보인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은 문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 역시 31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검찰 초유의 사태고 워낙 규모가 큰 문제"라며 "마땅히 검찰총장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또 "진경준, 홍만표 사건 모두 현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며 "이와는 다른 검찰의 수사결론은 결국 철저히 수사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김홍영 검사의 자살 사건도 매우 큰 사건"이라며 김 총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던졌다.
한편, 국민의당은 한발 물러선 입장이다. 법사위 간사인 이용주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진 검사장 사건은 승진안을 올린 것에 대해 총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검증한 것은 청와대"라며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사과 성명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당장 김 총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없지만 어떤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나 국정감사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사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진 검사장 해임 등의 문제로 김 총장 책임론까지 거론할 것은 아니다"라며 "이 문제는 이미 10년전, 7년 전 오래 전부터 이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김 총장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박 의원 등에 대한 영장청구 건에 대해서도 "(검찰과 법원이)서로 견해가 다른 것을 가지고 김 총장에게 사퇴하라 마라할 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변호사단체 등 재야법조계는 김 총장에 대한 사퇴 여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진 검사장 사건은 김 총장과 직접적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문제가 생길 때마다 검찰총장을 바꾸는 것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 보다는 2년 임기제를 보장해 제대로 된 개혁에 집중하도록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최근 사태의 핵심으로 떠오른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태를 촉구하는 주장도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회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검찰총장은 이번 사태의 핵심인 진 검사장의 비리행위에 직간접으로 관련이 없고 총장 재직시 발생한 비리행위가 아니지 않느냐"며 "임기제 총장의 임기을 지켜야 검찰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검찰총장 사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김한규 회장도 "진 검사장 문제는 청와대에 더 책임이 있다"며 "반인권적 사건 등 치명적 실책이 없는 한 어떤 일이 있어도 검찰총장의 임기 2년을 보장하는 것이 더 소중한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다만,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출신으로 채우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검찰개혁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을 도입해 검찰 권한을 견제하는 쪽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현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역시 "검찰총장에게 도덕적 책임이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검찰총장의 임기는 보장되어야 한다"며 "검찰총장이 사퇴할 시점은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련의 사태를살펴보면 오히려 우 수석이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총장 2년 임기제는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1988년 12월 도입됐다. 그러나 이후 취임한 검찰총장 18명 중 임기를 무사히 마친 사람은 6명 뿐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김준규 전 총장이 검·경 수사권 논란이 일자 사퇴했고, 김광준 부장검사 뇌물사건과 '검란' 사태로 한상대 전 총장이 물러났다. 최근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전 총장이 혼외자 논란에 휘말려 강도 높은 검찰개혁 진행을 주도하다가 도중에 옷을 벗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굳은표정으로 퇴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기철·박주용·최한영·최용민기자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