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이 공직윤리법상 취업제한 기간이 지나는 기간에 맞춰 전 금융당국 수장들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일반 부처 고위직에 비해 금융과 세무 부문에서의 행정 경험이 뛰어나 로펌 입장에서도 영입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 낙하산 철폐 분위기에 따라 퇴직 후 갈 곳이 없어진 상황도 전 금융당국 수장들이 로펌을 선택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 로펌들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기간(퇴직 후 3년)이 지났거나 만료를 앞두고 있는 전직 금융위원장 및 금융감독원장 등을 영입에 나서고 있다.
일부 로펌들은 올 가을 취업 제한 기간이 끝나는 최수현 전 금감원장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퇴임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법무법인 율촌에서는 권혁세 전 금감원장을, 법무법인 지평에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영입에 성공한 바 있다.
이들 로펌들은 최근 굵직한 금융관련 소송들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 수장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보험사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과 은행들의 CD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해 금융사들은 대형로펌 등을 통해 정부 사정당국이나 소비자 단체와의 소송전을 준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과 관련해 소액주주 손해배상소송, 한화그룹의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 등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소비자보호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부당행위로 사정당국의 단골손님이 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처벌을 무마할 수 있는 당국 출신 관료에 눈독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말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기간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취업제한 기관도 공기업, 공직유관단체로 확대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시행된 바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 논란을 일으킨 퇴직공직자들의 취업 제한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규제로 금융당국 수장들은 퇴임 후 다른 자리로 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로펌들은 이같은 상황을 이용해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기간이 끝나가는 전직 금융수장들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수현 전 금감원장의 경우 취업제한이 풀리는 가을쯤 법무법인 율촌 등 로펌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원장은 2014년 11월 퇴임 후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석좌교수로 지내고 있는데, 올 11월 이후 최종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퇴임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같은 해 7월부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의장직을 맡아왔다. 일부 로펌에서는 신 전 금융위원장에게 취업 제한이 끝나는 후 영입을 하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FATF 의장직 임기를 마친 신 전 원장은 금융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갈지 향후 거취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법무법인 율촌의 비상근 고문직을 맡았다. 권 전 원장은 행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 사무처장, 2011~2013년 금감원장 등을 역임했다.
새누리당 핀테크특위부위원장 및 금융개혁특위위원을 맡다가 올해 총선에 뛰어들었으나 낙선의 고배를 마신후 다시 율촌으로 복귀했다. 율촌은 국내 대형 로펌 중 하나로 조세 분야에 강한 로펌으로 꼽힌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2월 취업제한이 끝난 후, 법무법인 지평이 설립한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로 일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행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1차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금융인으로서는 특이하게 고대사에 관심이 많은 김 전 위원장은 여러 곳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으나 대표로 있으면서 고대사 연구를 나름대로 이어갈 수 있는 지평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금융당국 수장이 퇴직 후 로펌에서 제 2인생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금융사에 무소불위 칼날을 휘두르던 금융당국 고위 공직자들이 로펌에 재취업해 노골적으로 금융사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로펌을 비롯한 기업들이 관료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수년 들어서는 최고위 퇴직자들을 대상으로도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