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폭스바겐 연비조작 등 사건에 대한 수사 국면이 우리나라 검찰과 영국 로펌간의 법리공방으로 번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의 고위 관계자는 1일 "아우디폭스바겐(폭스바겐) 측이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긴밀한 협조를 한다고 언론에는 얘기하지만 실상은 아주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불쾌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환경부가 제출을 명령한 리콜계획서 등에 결함 원인을 부실 기재하고, 검찰의 자료제출 요구에 단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며 "심지어 본사가 제출한 자료 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은 지난 28일(현지시각) 폭스바겐이 미국 피해소비자들과 미 주정부에 배상하기로 한 최종합의서를 공개하면서 미국에서의 '임의설정' 사실은 인정했지만 우리나라 등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임의설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폭스바겐측 입장에 강한 반감을 표했다.
'임의설정'이라는 말은 우리말로 '속임수장치'다. 다시 말해, '임의설정'을 인정한다는 것은 배기가스 배출량 등을 측정하는 장치를 속여 장착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당연히 폭스바겐은 불법행위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EA189 엔진 장착 차량이 미국의 환경규제 엄격한 기준을 넘지 못해 결과적으로 '임의설정'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등 다른 국가에서는 환경규제 기준을 이미 충족했기 때문에 불법행위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논리다.
검찰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EA189 엔진 장착 차량이 2007년 12월12일부터 2011년 12월30일까지 환경부로부터 합법적으로 인정받은 차량이라고 주장하지만 결코 합법적으로 인정받은 차량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팔린 12만대 차량은 인증 신청 당시에 소프트웨어를 두 개 탑재해 인증 주행 모드와 실제 주행 모드가 구분되서 서로 다르게 작동하도록 했다"며 "차량 자체는 미국과 동일한 EGR 작동 원리를 따르고 있다"며 "관련 규정이 미국과 같은지 여부를 떠나서 한국에서는 그래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인증기관을 속인 것으로, 이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한 소명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폭스바겐 독일 본사는 물론 폭스바겐코리아도 본사가 자료를 주지 않는다면서 아무런 자료 제출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 같은 논리와 대응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로 폭스바겐 본사를 대리하고 있는 영국로펌 프레시필드를 지목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법상 임의설정 규정은 환경부 고시 제2011-1825를 통해 처음 도입돼 2012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 측은 "임의설정은 해당 고시 후 인증에 적용되는 것이고 이전에는 문제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당히 기교적인 해석으로 이것은 법률적인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임의설정'이란 말의 함정 빠져서 이런 논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임의설정이란 마음대로 설정했다는 뜻이 아닌, 쉽게 말해 속임수 장치"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똑같은 '임의설정(속임수장치)'를 차량에 장착해놓고 교묘한 법논리로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은 법리적인 논쟁이지만 팩트는 엄연히 정해져 있다"며 "법리적 논쟁에 팩트가 매몰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최기식 부장검사)는 '유로6' 인증이 적용된 2016년형 아우디 A1(292대)·A3(314대), 폴크스바겐 골프(350대) 등을 압수해 주행테스트 중이다. '유로6'는 기존보다 강화된 유럽의 배출가스 환경 기준이다.
검찰은 테스트 차량들이 누적 주행거리에 비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미세먼지 허용기준도 초과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다만, 전수 조사가 아닌 샘플조사 단계임을 밝히면서 "결과는 예단할 수 없고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토마스 쿨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검찰 수사 협조 요청에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아우디폭스바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