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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학생들의 생각이 중심이 되는 수업, 어렵지만 누군가는 해야겠지요"
"주입식 연산 수학이 아이들 사고력 퇴화시켜
입력 : 2016-06-21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사고력 수학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학교 현장에선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하지 않겠어요?"
‘사고력 수학’ 교육의 선구자격인 대구교육대 수학교육과 김진호 교수의 말이다. 연산수학의 폐해 대해선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교육업체들도 창의수학, 사고력 수학을 내세우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스토리텔링 수학이 도입된 것도 창의적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학교나 학원현장에선 사고력수학을 가르치는 예는 극히 드물다. 사고력수학 수업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고력 수학’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연산 수학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아이가 1부터 10까지 숫자만 읽을 줄 알면 바로 연산 공부를 시킨다. 어린 나이에 구구단을 외우면 수학을 잘하는 줄 알고 박수를 쳐주고, 바로 새로운 문제지를 들이댄다. 그런데 덧셈 잘하던 아이가 곱셈까지 배우고 나면 막상 덧셈이 뭐였는지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수에 대한 개념, 즉 감각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수학 그 자체만을 반복·연습하다 보면 언젠가 벽에 부딪힌다. 또 반복·연습한 내용에 대해서만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 유형이 조금만 바뀌어도 잘 풀지 못한다. 결국 이런 교육방법은 아이가 가진 고유의 사고력마저 퇴화시킨다.
 
‘사고력 수학’이란 무엇인가
 
수학의 핵심은 추론이다. 추론이란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논리적으로 추출해 가는 것이다. 추론하면서 배우는 수학, 이것이 사고력 수학이다. 1×2를 물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2 하고 끝난다. 하지만 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사고에 초점을 맞춘 사고력 수학은 1×2가 왜 2인지를 되묻는다. '왜 2가 됐지?' 그럴 때 아이는 '1이 2개 있어서 2야'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사고하며 서술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의 수학적 사고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사고력 수학으로 수학을 더 잘할 수 있나
 
수학적 사고력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해’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교사나 학부모가 흔히 오해하는 것이 바로 ‘이해’라는 단어이다. 수학을 이해하면서 배워야 한다고 말들 하지만, 실제 학교나 학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 또는 학원 강사가 이해한 것을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교육이다. 이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몇몇 연구자들이 학생들의 사고력과 수학 성취도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살펴보면 대단히 놀랍다. 사고력 수학의 방법으로 수학을 학습하면서 학생들은 추론능력이 발달하고 이 발달된 추론 능력이 배우지 않은 내용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학습성취도 높게 나타난다. 사고력 수학이 수학을 더 잘할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은 이미 데이터로 입증되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추론이 가능한가
 
이 질문에 대해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학생들에게 사고가 아닌 연산을 강조하는 교육을 주장한다. 많은 교사들이 교실에서의 아이들 모습을 보고 ‘초등학생들은 추론을 할 수 없다’고 단정 짓곤 한다. 하지만 이는 아이들의 본래 모습이 아니다. 현재의 교육이 의도치 않게 아이들의 추론능력을 빼앗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직접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반응은 어떤가
 
처음에는 재미있다고 얘기하다가 수학 수업 5~6차 정도 지나니까 '어려워요. 그런데 재미있어요'라고 얘기한다. 수업을 하러 가면 학생들이 '오늘도 어려운 수학 준비해오셨어요? 그런데 재밌으니까 수업을 할 준비가 돼 있어요'라고 얘기한다.
 
교육부는 쉽고 재밌는 수학을 강조하고 있는데 쉽고 재미있는 수학이 되려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배울 때 가능하다. 그러나 학생들이 학교를 가는 이유는 모르는 것을 배우기 위해 가는 것이다. 학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쉽고 재미있는 수학'은 불가능하다.
 
수업방법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공부한다는 것, 수업한다는 것의 기본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수학 수업을 할 때 수적인 얘기로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얘기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6월에는 즐거운 일이 무엇이 있었어요?', '6월20일은 무슨 요일이죠?', '그럼 6월21일은요?' 등을 물어보며 학생들과 함께 달력을 만들 수도 있다. 또 보통 수업은 학습 목표를 갖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진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수학적 출발점은 다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모두 같은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인 양 모두 같은 지식을 이해할 것을 강요하는 수업은 아이들은 물론 교사도 행복할 수 없다. 
 
제 수업은 학생들이 해낸 생각들이 수업의 중심이다. 그 생각들에 따라 수업이 진행된다. 교사가 아닌 아이들이 제 수업에선 주인공이다.
 
대구교육대학교 수학교육과 김진호 교수가 대구부설초등학교 1학년 1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학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호 교수 제공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윤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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