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법원이 낙태와 단종을 강제당한 한센인들에 대한 피해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특별재판을 연다.
29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엄모씨 등 피해 한센인 13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민사30부(재판장 강영수)가 다음 달 20일 전남 고흥에 있는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특별재판을 열기로 했다.
그동안 한센병 단종수술 사건 총 5건이 진행되면서 원고인 피해 한센인들을 불러 재판에 참석시킨 사례는 있었지만 재판부가 직접 소록도를 찾아 재판을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센병 단종수술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에 4건, 대법원에 1건이 계류 중이다.
재판부는 특별재판 당일 오전 10시부터 원고인 피해 한센인 2명과 소록도에 살고 있는 한센인들로부터 낙태와 단종수술을 당한 피해사실에 대한 진술을 듣고 현장검증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소록도에서 43년간 한센인들을 돌봤던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스퇴거 수녀는 2005년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귀국했지만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지난 4월13일 방한해 소록도에 머물고 있다.
한센인들에 대한 인권 탄압은 일제시대까지 올라간다. 1916년 2월에 조선총독부령으로 한센병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혜병원이 소록도에 처음 생긴 뒤 일제는 전국의 한센인들을 강제로 소록도에 수용하고 전염이나 유전 등을 이유로 불임시술을 자행했다.
해방이 됐지만 정부는 소록도에 거주하는 한센인 부부들에 대한 정관수술 등 인권탄압을 계속했다. 그러나 한센병이 유전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뒤 2007년에서야 피해 한센인들을 구제하기 위한 ‘한센인사건법’이 제정됐으며, 지난 3월22일 한센인사건법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서는 정부의 불법 낙태와 단종수술 피해를 입은 피해한센인들의 소송이 이어졌으며, 2014년 4월3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이 피해 한센인 강모(80)씨 등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3000만~4000만원씩을 배상하라"며 첫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소록도 한센인 감시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