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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막아버리는 사회
입력 : 2016-05-07 오전 11:03:12
혈액이 돌지 않는다. 혈액순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혈액보유량이 위험에 처했다. 사회 전체적으로 피가 돌지 않는 것이다. 혈액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6.04.29 기준 혈액보유량은 모든 혈액형을 통틀어 4.1일분이다. 적정 혈액보유량은 일평균 5일분 이상이다. 여름을 맞이하는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혈액수급은 여전히 활기차지 못하다.
 
혈액수급 위기 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나뉘는데 각각 5, 3, 2, 1일분 미만일 때 발생한다. 지난겨울 혈액보유량이 주의와 경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혈액보유량은 많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특정 혈액형은 주위 단계를 가까스로 벗어나고 있다. 혈액관리본부의 헌혈 참여 호소도 끊이질 않고 있다.
 
혈액관리본부에서 보낸 문자. 사진/바람아시아

10·20대에 치우친 혈액수급 체계
 
혈액수급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특정 연령층에 치우친 혈액수급 체계에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2012~14년에 발행한 통계연보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헌혈실적의 대부분은 10·20대를 통해 이루어진다. 10·20대가 헌혈실적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그 연령대를 제외한 나머지가 불과 20%를 담당한다. 때문에 매년 발생하는 겨울철 혈액부족 사태 때마다 혈액수급 체계를 지적하는 기사가 나온다. 그리고 어김없이 30대 이상 연령층의 헌혈 참여부족이 도마 위에 오른다.
 
연령별 헌혈 실적, 혈액관리본부 통계연보를 바탕으로 작성. 사진/바람아시아
 
30대 이상 연령층은 이기적 집단?
 
언론 보도를 보면 혈액부족 문제가 특정 계층의 문제로 탈바꿈 한다. 30대 이상 연령층을 헌혈에 참여하지 않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2005년 혈액관리본부가 발표한 통계연보를 보면 연령별 헌혈실적에서 16~19세는 31.1%, 20~29세는 51.0%를 차지하고 있다. 즉, 지금의 30?40대도 10?20대 시절에는 누구보다 헌혈에 열심히 참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처음부터 헌혈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왜 30대 이상 인구는 헌혈에 참여하지 않을까. 경기혈액원 헌혈의집 관계자는 헌혈의 집을 찾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하면 헌혈을 하기 힘든 이유로 사회?환경적인 문제들이 많이 나온다고 밝혔다.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현실, 회사에서 헌혈을 하면 노는 것처럼 보는 시선, 이러한 것들이 30대 이상 방문객들이 실제로 응답한 내용이다.  
 
 
경기 혈액원. 사진/바람아시아
 
개인의 문제? 혹은 사회의 문제?
 
헌혈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고 본인의 의지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30대 이상 연령층이 헌혈을 하지 않는 것도 결국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 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응답한 내용을 보면 30대 이상 연령층의 헌혈부족과 사회의 문제점은 동떨어져 있지 않다.
 
혈액수급 체계의 문제는 특정 연령층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10?20대도 10년 후의 자료에서는 헌혈에 무관심한 30?40대를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추측은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면 현실이 될 것이다. 30대 이상 연령층이 단지 이기적이고 헌혈을 할 마음이 없어서 그들의 피가 우리 사회에 돌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헌혈 참여를 뒷받침 할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것이다.
 
10?20대의 헌혈 참여를 위한 사회?제도적 차원의 노력은 이미 실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헌혈을 자원봉사 시간에 인정해줌으로써 2009년 약 86만 명이었던 청소년 헌혈자가 2010년 11만 여명이 늘어났다. 30대 이상 연령층에게도 이와 같은 사회?제도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력의 출발점에는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30대 이상 연령층은 이기적 집단이 아니다. 그들도 헌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연령층을 담당했었다. 사회 속에서 집단의 대다수가 변해 버렸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일 것이다. 더는 피를 막아버리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연령층의 피를 아우를 수 있는 사회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현철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윤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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