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제조업 경기가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구마모토현 강진으로 경기가 3년 3개월만에 가장 위축된 모습을 보였고 중국 역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미국과 유로존의 경우 확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회복세가 미약한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경기가 2분기(4~6월) 글로벌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일본, 부진한 제조업 지표
3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과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50.7) 이후 14개월 연속 기준선인 50을 밑돈 것이다.
세부 항목에서 신규 생산지수가 전월 50.4에서 49.9로 떨어졌고 신규 수출 주문지수는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4월 제조업 PMI도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났다. 당국의 4월 제조업 PMI는 50.1을 기록, 사전 전망치 50.4를 하회했다.
일본의 경우도 상황이 좋지 않다. 전날 닛케이와 마르키트에 따르면 같은 기간 일본의 제조업 PMI 확정치는 48.2로 지난 2013년 1월(47.7)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마모토현의 강진 피해와 엔화 강세,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의 수요 둔화에 신규주문지수와 신규수출주문지수, 생산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유로존, 미약한 회복세
미국과 유로존의 경우 확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회복세가 미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일(현지시간) 마르키트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제조업 PMI 확정치는 50.8을 기록, 지난 2009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날 전미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지난달 ISM 제조업 PMI도 50.8을 기록, 전월 51.8을 하회했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르키트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의 수요 둔화로 인한 수출 규모가 1년 반 만에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며 “미국 제조업 경기의 하강에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로존의 마르키트 제조업 PMI 확정치는 51.7을 기록, 전월(51.6)에서 소폭 상향 조정됐다. 다만 유로존을 이끄는 주요 국가들의 회복세는 시장의 기대를 벗어났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4월 PMI 수치는 유로존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국가별로 편차가 심했지만 전체적으로 회복세가 다소 미약했다”며 “특히 프랑스의 경우 수출주문지수가 3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고 말했다.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한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커지는 경기 부양 필요성
대다수 전문가는 활기 없는 세계 제조업 경기가 2분기 글로벌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허 판 차이신인사이트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차이신 지표 발표 직후 “최근 PMI 지표가 들쑥날쑥한 추이를 보이는 것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하지 않음을 시사한다”며 “중국 당국은 향후 제조업 부문이 경제에 하방 리스크가 될지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수준의 정체, 수출 감소 여파에 미국 제조업 지표는 2분기 내내 전망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개선될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웨인 콜 로이터 칼럼니스트 역시 “유로존의 4월 제조업 경기는 아주 미약한 회복세에 그쳐 2분기 성장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추가 부양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웨인 콜 칼럼니스트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지연하는 상황에서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일반기업 채권 매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웨일 코메르츠뱅크 전략가도 “현재 제조업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ECB가 적극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전망했다.
다만 알란 오스터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저성장 저물가, 무역 규모 축소 등이 있다”며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이란 탄약도 모두 써버린 상태로 당분간 경기를 반등시킬 만한 재료가 없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