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일본 규슈 지역의 연쇄 지진으로 인한 국내 정유·석화업계의 반사이익은 없을 전망이다. 지난 2011년 대지진 상황과는 다르다. 당시 지진이 발생한 일본 북동부 지역에 정제·석유화학 설비가 밀집돼 있어 공장 가동이 줄줄이 멈추며 수급 문제를 야기시켰지만, 이번 지진은 다행히도 일본 내 정제·석유화학 설비가 집중 설치된 지역을 피해갔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알려진 정제·석유화학 관련 피해는 일본 최대 정유업체 JX니폰오일앤드에너지(JXNOE)의 오이타 공장 석유제품 선적 중단 소식 뿐이다. 다만 원유 정제시설은 계속 가동 중이다. JXNOE 공장의 석유제품 선적 지연으로 인근 주유소로의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일본 경제산업성은 다른 업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자체 해결에 나섰다.
세계 5위 수준의 정제설비를 갖춘 일본의 수급상황은 국내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업계는 일본 지진 관련 소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1년 대지진 이후 1년 동안 일본은 한국에 28억4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국내 기업과의 합작을 늘리며 리스크를 관리했다.
에너지정보업체 플래츠 등에 따르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는 일본 전체 정제설비의 약 3분의 1가량이 가동을 멈췄고, 일부 정유시설에는 화재가 발생하는 등 사태가 긴박했다. 에틸렌·파라자일렌(PX) 설비도 일본 전체의 각각 17%, 25%가량 멈추며 가동률이 급격히 하락했다.
당시 완만한 유가 상승으로 기본적인 시황이 좋았던 데다, 정기보수와 대만 포모사 화재, 일본 대지진까지 겹치면서 국내 정유·석화 업계는 그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지진과 화재 등 예기치 못한 재해로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석유제품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지진은 규모가 크지 않고 인근 다른 공장에서 처리해 줄 만한 양이라 수급에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화학제품 스프레드나 정제마진 쪽에서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계열사인 SK에너지는 협력관계인 JXNOE가 2011년 지진으로 피해를 입자 공장 가동 중단으로 처리하지 못한 원유 2억달러어치를 사주고, 휘발유·발전용 중유 등을 제공한 바 있다. 다른 석유화학기업 관계자도 "어제 일본 사업장을 점검했는데 다행히 큰 이상은 없다고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2011년 대지진 이후처럼 일본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이 생산시설 다변화를 위해 국내 기업과 합작 관계를 확대할 지 주목된다. 또 한 번의 강진을 겪으며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원전 가동 중단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태양광 업계에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