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걱정을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현대음악 프로그램이라는 게 사실 어디에서도 하기가 힘들어요. 강하게 지원하지 않으면 흔들리기 쉽기 때문이죠. 처음에 시작할 때도 정명훈 전 예술감독이 지원해줘서 지금까지 활동을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지금부터 생각해야 할 과제입니다. 어려움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추측되는데, 잘 지켜야지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열리는 '아르스 노바'는 2006년 4월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시작해 지난해까지 총 40회에 걸쳐 까다로운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어느새 아시아를 대표하는 현대음악 축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연습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24일 '2016 아르스 노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와 진은숙 상임작곡가(오른쪽).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이날 진은숙 작곡가는 오는 30일과 내달 5일 각각 세종 체임버홀과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될 아르스 노바 시리즈 I, II에 대해 소개하면서도 작심한 듯 그간의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진 작곡가는 서울시향의 내홍과 여론에 대해 "어디까지나 전 서울시향 대표와 서울시향 직원들 간의 사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확대되면서 시향이라는 단체가 많은 곤경에 처하게 됐고, 상임지휘자의 사퇴까지 이어지게 된 것은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서울시향의 공식입장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특히 진 작곡가는 서울시향의 음악적 성과가 정작 국내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무엇을 해야 결국 나한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에요. 저도 한국에서 문화적 가치를 조금이나마 창출해내는 데 기여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정명훈 전 감독 같은 경우 백남준, 윤이상처럼 국제음악계에서 한국 음악의 얼굴을 대변하고 또 한국 문화계를 대표하는 분 중 하나입니다. 그런 역할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런데 서울시향이 그간 여러 가지 일을 겪는 걸 보면서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충격을 받았어요. 우리가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메달을 따길 바라고, 또 누군가가 노벨상 따길 바라는 것처럼 한국은 국제적인 위상을 무시할 수 없는 나라잖아요. 한국의 위치를 좀더 큰 범위에서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현대음악 작곡가로서, 또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로서 현대음악을 소개하는 데 필수적 요소는 연주를 소화해낼 수 있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존재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향을 진두지휘해야 할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는 공석이다. 앞으로 '아르스 노바'를 계속해서 운영해나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진 작곡가 역시 말끝을 흐렸다. "여러 가지 의논돼야 할 상황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간다고) 1000% 확실하게 말씀 드리긴 힘들어요. 그렇다고 아르스 노바를 앞으로 못 본다, 이런 상황은 아니고요. 10년 더 가려면 예산이라든가 여러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걸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죠."
갖은 우여곡절을 딛고 열리는 '2016 아르스 노바 시리즈 I&II'는 쇼스타코비치부터 리게티, 휠러에 이르는 다양한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크와메 라이언이 지휘자로, 이상 엔더스가 첼로 협연자로 나선다.
먼저 실내악 연주회로 진행되는 '아르스 노바 시리즈 I'은 30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진행된다. 리게티의 '첼로 소나타', 젊은 작곡자 최지연의 '앙상블을 위한 신작' 세계 초연, 힌데미트의 '실내악 1번, Op.24', 휠러의 '다섯 연주자들을 위한 소실점' 아시아 초연, 살로넨의 '독주 첼로와 앙상블을 위한 마니아' 한국 초연 등으로 진행된다.
'아르스 노바 시리즈 II'는 관현악 콘서트로, 5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프로그램은 서울시향과 라디오 프랑스가 공동 위촉한 곡인 페델레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사전 II' 아시아 초연, 뒤티외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아득한 전 세계…',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모음곡(제임스 콜론 편곡 버전) 등으로 짜여졌다.
올해 아르스 노바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만에도 수출된다. 타이완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한국에서와 같은 프로그램이 대만에서 연주될 예정이다. 아시아의 대표적 현대음악 축제를 표방하는 만큼 앞으로는 마스터클래스의 대상도 국내 학생 외에 다른 나라 학생들로 확장할 계획이다. 일단 올해는 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생들 외에 콜롬비아 출신 작곡가가 참여한다.
진은숙 작곡가는 "아무리 작곡가로 성공하고 어디에서 각광을 받는다고 해도 여기서 이걸(아르스 노바를) 하면서 느끼는 프라이드가 훨씬 더 크다"면서 "(서울시향이) 본 업무에 충실해 음악이 아닌 것에 대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하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