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판매가 일제히 개시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7년 만에 부활한 비과세 해외주식펀드는 세제혜택은 물론 운용사별 차별화한 포트폴리오, 대대적인 마케팅까지 흥행 요소를 모두 갖춰 출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지만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이기엔 부족했다. 출시일이 휴일을 앞둔 '샌드위치 데이'였다는 점도 그 배경이 됐다.
지난달 29일 비과세 해외주식펀드 판매에 들어간 시중은행 영업점은 대체로 한산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주식펀드에 대한 영업 직원들의 문의도 없고 소비자들의 관심도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증권사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지난 미래에셋증권 여의도지점에 대기고객은 없었고 이밖에 다른 지점도 비슷했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낙관적이지 못한 점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다고 보고 투자를 꺼리는 탓이다.
출시 펀드 수에 비해 판매 상품이 소수인 점도 투자자들의 발길을 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비과세 해외주식펀드는 운용업계별로 총 310개 펀드가 출시됐지만 현장에서 판매하는 펀드는 3분의 1 정도에 그쳤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과거 운용성과를 검증해 믿을 만한 운용사와 펀드를 선택해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시행 초기 홍보 부족도 원인으로 꼽혔다. 무엇보다 출시일이 휴일 전날인 점도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지 못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전에 은행 자체의 마케팅은 있었지만 시간이 부족했고 알고 있는 고객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며 "휴일을 앞둔 영향에 평소보다 고객수도 적었다"고 말했다.
비과세 해외주식펀드는 금융당국의 야심작이다. 해외상장주식 투자에 따른 매매·평가 손익(관련 환손익 포함)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준다. 소득 기준 등에 따른 제한도 없어 사실상 누구나 1인당 3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과거 2007년 시행 당시와 차별화를 두며 대대적인 마케팅에 힘을 실은 것이다. 금융업권도 일찌감치 각종 판촉 경쟁을 벌이며 시장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며 불을 붙이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비과세 해외주식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가 차츰 고조되면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해외주식펀드 가입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어 이례적이다.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만큼 해외분산투자 효과와 비과세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해외주식펀드 투자는 필수"라며 "당장의 흥행은 아니더라도 비과세 해외주식펀드가 침체된 펀드시장을 살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29일 오전 미래에셋증권 여의도 영업부에서 직접 가입 신청서를 쓰고 비과세 해외펀드 1호 가입자가 됐다. 1인당 납입한도인 3000만원을 중국·인도·베트남 펀드에 각각 1000만원씩 분산투자했다. 사진/금투협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