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의뢰인으로부터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소를 당한 이태운 변호사(전 서울고법원장)가 자신은 오히려 피해자라며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 변호사는 26일 "그동안 명예심과 측은지심으로 대응을 자제해왔지만 부득이 해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변호사의 말은 이렇다. 그는 자신을 고소한 안모씨를 2010년 3월 만났다. 안씨는 2005년부터 서울 내곡동 토지주와 여러 건의 민·형사 소송을 벌여오다가 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다. 소송 내용은 2개월 안에 안씨가 토지주에게 잔금 등 25억 5000만원을 지급하고 토지를 이전받거나 아니면 토지주에게 지급한 17억원을 되돌려 받고 토지를 반환하는 것이었다.
이 변호사는 사건을 검토한 결과 이미 다른 변호사들이 진행하던 복잡한 사건으로, 판결로 안씨가 원하는 결과를 보기는 어려워 조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안씨에게 설명했다. 안씨는 이 변호사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토지소유권을 이전 받을 수 있게만 해달라고 간청해 사건을 맡았다.
이후 이 변호사와 담당변호사는 조정을 시도하고 안씨에게 조정내용과 자금이 부족할 경우 리스크를 설명한 뒤 조정기일이 속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알려줬으나 안씨는 상대방 마음이 변하기 전 조정하는 것을 강력히 주장해 토지주에게 잔금을 지급하고 토지를 이전받는 내용으로 당일 조정이 성립됐다.
조정 당시 안씨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지급기일이 임박해도 돈을 전혀 준비하지 못하면서 토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때 이 변호사가 안씨가 소원이라고 할 정도로 원하는 토지소유권을 확보해주도록 도와주기 위해 스스로 연대보증까지 서면서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주고, 소속 법무법인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주선했다.
그러자 안씨는 조정금 25억5000만원 외에 등기비용, 성공보수금 등이 필요한데 대출가능금액이 23억원 뿐이라며 이 변호사의 소속 법무법인으로부터 5억원을 빌렸다. 안씨는 이 자금 중 법무법인으로부터 빌린 5억은 한달 안에 반드시 갚고, 대출금 23억도 6개월 이내에 갚아 이 변호사에게 연대보증 책임이 미치지 않도록 약속했다.
그러나 안씨는 대출금 이자도 내지 않고 원금도 대부분 갚지 않았다. 때문에 이 변호사는 연대보증에 따라 대출금 2억1200여만원을 부담하게 됐다. 안씨는 법무법인으로부터 빌린 돈 5억원의 이자는 물론 원금, 다른 소송 사건 보수금 등 총 4억33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섣부른 판단으로 말미암아 금융기관과 법무법인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고 구설에 오르게 하여 부끄럽다"면서도 "안씨는 저와 제 처의 사회적 지위를 약점으로 이용해 법인의 채권추심을 방해하고, 경매가 완료된 후에도 부동산을 계속 점유하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괴롭혀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극적인 법적 대응으로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이 변호사가 안씨 사건을 수임한 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안씨에게 연리 24%로 법무법인 자금을 빌려주고 이중 성공보수 명목으로 2억3000만원을 선공제 하는 등 피해를 입혀 경찰에 고소당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 변호사가 고교 동창이 운영하는 대부업체를 통해 안씨가 23억원을 대출받았다는 의혹도 보도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며,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도 진상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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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